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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03화

널 위한 이별

수없이 마주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직장생활에서의 만남과 헤어짐

by 곽기린

사람 자체를 원체 좋아하는 저는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을 설레 하고 좋아합니다.

반대로 이별하는 순간에 대해서는 몇 번을 마주하더라도 어색하고,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그 감정에 휩쓸리고 매몰되곤 합니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고 떠나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한데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들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변한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 삶에 가장 크게 변한 걸 손에 꼽아보자면 다름 아닌 '이별'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별들은 많이 찾아왔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졸업'을 하거나 '군대' '휴학' 동아리에 같은 경우 '탈퇴'등의 이유로 이별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선천적으로 사람을 많이 좋아했던 저로서는 아주 가끔씩 일어나는 이별에도 서툰 대처를 취하곤 했지만 그나마 잘 넘길 수 있었던 건, 이별의 이유가 타당했고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서의 이별은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그리고 생각보다 자주 이어졌습니다. 이제 막상 정들어서 친해지려고 하니까. 떠난다고 합니다. 물론 떠나갈 사람들이 이별의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리고 이 말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내가 좋아하던 사람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쉽고 슬퍼서 서운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아도 티가 나곤 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이별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슬퍼서 운 적도 많이 있었고 송별회 날 서운한 마음을 담아 속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날이 선 말을 내질렀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내 주변은 많이 바뀌었지만 나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각자의 삶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하는 이별에서 저는 그들을 좋아하는 만큼 그들의 내일을 위해 안녕을 빌어줘야 했지만 이별 자체에서 오는 슬픔을 이겨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 맞게 변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반복되자 저는 저를 위해 모든 '이별'이 이별이 아닌 다음을 기약하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별에 워낙 서툴기에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노력을 통해 연락을 하고 핑계를 만들어 만남을 이어나갔습니다.


어떤 누구는 '힘든 일이다. 의미 없는 일이다.' 그리고 너를 힘들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서 선택한 행동이었습니다.




만남은 이별과 숙명이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 이별을 마주하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별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여전히 저는 내일을 기약하는 선택을 합니다.


'다음'에 보자. '다음'에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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