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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04화

직장에서 홀로 서는 법

by 곽기린

인생은 홀로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체 사람을 잘 따르고 의지하며 살아온 저로서는

홀로 남겨진 직장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새로운 직장에서 내 역할은 그저 그동안 쌓여있던 업무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며 앞서 들어온 사람들의 업무 부담을 점차 줄여주는 걸 목적으로 삼았었지만,


내 앞의 커다란 방파제가 사라지면서... 또 내가 그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직감하면서

나는 또다시 직장에서 홀로 버티는 법을 배워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그저 남은 빈자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노력하는 와중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저 나 혼자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나의 간과 속에 우리 팀 신입이 다른 팀 직원과 커다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것이었습니다.


'맘 편히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폄하하면 더 받아들여지기 쉬웠을 수도 있으나 그 갈등의 여러 간극 사이 곳곳에 내 간과가 들어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절대 내 책임이 아예 없다는 건 있을 수 없었죠.


'내 몸상태를 관리하지 못한 점' '작업 곳곳에서 컨펌 없이 맡긴 점' 그런 몇몇의 작은 요인들이 커다란 사건의 소용돌이를 키우는 데 큰 방극을 찍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큰 갈등의 중심의 된 우리 팀 신입은 제 스스로 추스를 수 있었고, 서로 간의 앙금은 남았겠지만 이는 언젠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일화와 사건은 다르다라고 했을까?


일화는 잠깐의 에피소드, 그 잠깐이 지나면 그 인물은 다시 전과 같이 살게 되지만 사건은 그게 안 된다고 합니다. 사건을 만난 그 인물은 그 사건이 일어난 이전과 같이 살 수 없다고 하죠.


이 사건 내 인생의 있어서 큰 지점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나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이젠 내 의지와는 다르게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며, 나와 전혀 관련 없던 사함과 악감정이 생겨 다신 이전과 같이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혼자만 잘하면 아무런 트러블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전 항상 그래 왔습니다.


갈등 자체가 싫었기 때문에 이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데에 있어 항상 서툴고 부족했습니다.


그저 회피해왔을 뿐 화가 나도 화내지 않고,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식으로 내 감정을 저도 모르는 공간에 숨긴 채 회피하며 그마저도 갈등 자체를 일으키지 않는 눈치 때문에 직접 갈등의 주연이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난 지금,

떠나기 전 사수가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 땐 화를 내야 한다고 그런 상황이 언젠가 찾아올 거라고.'


그때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이미 화내는 방법을 잃어버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 사건을 직면한 그날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직장에서 홀로 서는 법을 터득하고자 했던 저의 결론은 직장은 결코 홀로 설 수 없는 장소라는 겁니다.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사람 사이에 얽히면서 결국 사람 때문에 그만두고 사람 때문에 버티는 공간,


그런 공간이 바로 직장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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