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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에게
04화
직장에서 홀로 서는 법
by
곽기린
Jun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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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홀로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체 사람을 잘 따르고 의지하며 살아온 저로서는
홀로 남겨진 직장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새로운 직장에서 내 역할은 그저 그동안 쌓여있던 업무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며 앞서 들어온 사람들의 업무 부담을 점차 줄여주는 걸 목적으로 삼았었지만,
내 앞의 커다란 방파제가 사라지면서... 또 내가 그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직감하면서
나는 또다시 직장에서 홀로 버티는 법을 배워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그저 남은 빈자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노력하는 와중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저 나 혼자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나의 간과 속에 우리 팀 신입이 다른 팀 직원과 커다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것이었습니다.
'맘 편히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폄하하면 더 받아들여지기 쉬웠을 수도 있으나 그 갈등의 여러 간극 사이 곳곳에 내 간과가 들어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절대 내 책임이 아예 없다는 건 있을 수 없었죠.
'내 몸상태를 관리하지 못한 점' '작업 곳곳에서 컨펌 없이 맡긴 점' 그런 몇몇의 작은 요인들이 커다란 사건의 소용돌이를 키우는 데 큰 방극을 찍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큰 갈등의 중심의 된 우리 팀 신입은 제 스스로 추스를 수 있었고, 서로 간의 앙금은 남았겠지만 이는 언젠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일화와 사건
은 다르다라고 했을까?
일화는 잠깐의 에피소드, 그 잠깐이 지나면 그 인물은 다시 전과 같이 살게 되지만 사건은 그게 안 된다고 합니다. 사건을 만난 그 인물은 그 사건이 일어난 이전과 같이 살 수 없다고 하죠.
이 사건 내 인생의 있어서 큰 지점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나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이젠 내 의지와는 다르게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며, 나와 전혀 관련 없던 사함과 악감정이 생겨 다신 이전과 같이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혼자만 잘하면 아무런 트러블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전 항상 그래 왔습니다.
갈등 자체가 싫었기 때문에 이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데에 있어 항상 서툴고 부족했습니다.
그저 회피해왔을 뿐 화가 나도 화내지 않고,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식으로 내 감정을 저도 모르는 공간에 숨긴 채 회피하며 그마저도 갈등 자체를 일으키지 않는 눈치 때문에 직접 갈등의 주연이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난 지금,
떠나기 전 사수가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 땐 화를 내야 한다고 그런 상황이 언젠가 찾아올 거라고.'
그때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이미 화내는 방법을 잃어버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 사건을 직면한 그날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직장에서 홀로 서는 법을 터득하고자 했던 저의 결론은 직장은 결코 홀로 설 수 없는 장소라는 겁니다.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사람 사이에 얽히면서 결국 사람 때문에 그만두고 사람 때문에 버티는 공간,
그런 공간이 바로 직장이라고 생각됩니다.
keyword
직장
생각
인간관계
Brunch Book
기린에게
02
나이 어린 소심한 팀장으로 살아남는 방법
03
널 위한 이별
04
직장에서 홀로 서는 법
05
착해 보이고 싶은 사람에서 착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06
친구 '잘'사귀기 - '좋은' 관계로 잇기
기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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