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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06화

친구 '잘'사귀기 - '좋은' 관계로 잇기

친구 따라 강남 갔던 따라쟁이의 인생

by 곽기린
카카오톡의 친구 목록을 열어본다. 친구 목록에는 589명이 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정말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살짝 놀란다. 하지만 이 중에서 내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름대로 빈틈없이 사회생활을 지내며 달려온 27살의 카카오톡에는 저도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생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아진 친구 목록과 대비되게 오늘만 해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대화를 한 친구들은 4~5명 안팎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잦은 연락 빈도수를 기준으로 좋은 친구, 진정한 친구와 좋은 관계가 결정되는 걸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에게 보내는 안부 문자 하나가 어렵습니다.


직장 일로 인해 사회적인 관계가 확장되고 예전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지만, 그 만남 속에서 묘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경험하는 날들이 늘어갔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될수록 차라리 외로움이 더 편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죠.


한 때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라는 책이 유행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도 저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감될 것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본래 천성이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하던 저는 이에 있어 타개책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어떤 순간들'을 다시 리마인딩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친구가 건네준 위로 한마디, 나를 궁금해하던 상대의 질문 하나, 힘겨운 역경을 함께 해쳐간 그 순간 그리고 그 친구로 하여금 내가 선뜻 행한 인생의 선택들...


그런 기억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근간이 되며 이 삶을 견디는 힘이 되어줍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라는 단어는 제 인생에 있어 크게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한 마디도 못하고 엄마를 찾아 울기만 하던 마마보이가 바로 저였으니까요. 이런 마마보이에게 다가와준 친구는 무엇보다도 소중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했던 그 친구를 따라 들어간 도서관에서 저는 난생처음으로 책을 읽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취미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이외에도 좋아했던 친구를 따라 무턱대고 같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결정한 일, 꿈이 기자라고 말하던 친구가 멋있어 보여 자기도 기자가 될 거라고 다짐하고 관련 학과를 가기로 결정했던 일 등, 점점 저의 미래는 제가 아닌 친구에 손에 따라 그려지곤 했습니다.


자기 의견은 하나도 없이 인생을 친구 손에다 맡겼던 따라쟁이

하지만, 후회되는 일은 없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축복받을 일은 그 시절 제 주변에는 저를 나쁜 길로 인도할 만큼 악한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위 친구들 덕에 사람과 세상을 보는 관점도 부정적인 면보단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에 대한 제 인생의 영향력은 커다랗습니다.


그동안 몸 담았던 이전 직장에서 제가 선택에 대한 믿음으로 주저하고 있을 때 단호하게 인연의 끈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도 한 친구의 영향이었으니까요. (현재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친구,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쟁이 인생을 살아왔던 제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와의 좋은 관계란, 시간을 두고 봤을 때 자신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친구가 있다면 그게 좋은 친구며 좋은 관계를 이어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人 사람 (인) : 서로 다른 두 획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서 있는 형상


사람 (인)이라는 한자를 보면 두 개의 획이 서로 버팀목이 되어 서있는 형상이 보입니다. 위에 한자처럼 사람은 절대 혼자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 어떠한 과정으로든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죠.


특히 친구라는 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단순 투자자였던 워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오마하의 현인이 되었고 영어강사로 관광 가이드를 겸업했던 마윈은 가이드 도중 제리 양을 만나면서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세기의 연쇄살인마 커플로 알려져 있던 이언 브래디 - 마이라 힌들리는 서로 합작해 여러 범죄를 일으켜 왔는데 어릴 적부터 각종 범죄로 소년원을 들락 나락 하던 이언 브랜디와는 달리 마이라 힌들리는 유년 시절 가톨릭 신자로서 가족들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비교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두 사례를 보면서 어떤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가에 있어서 세계에서 칭송받는 사람이 될 수도 사람들에게 규탄을 받는 연쇄 살인마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찰리 멍거가 많나요? 이언 브래디가 많나요?


저에게는 아직 운이 좋게도 이언 브래디와 같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을 아는 지금, 그들에게 찰리 멍거가 되어주진 못하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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