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타인에게 화를 내본 기억이 손에 꼽습니다.
화라는 감정은 저한테 멀기도 했고, 아주 가끔씩 가까워진 순간이더라도 화를 냈을 때의 소모되는 감정의 피로도 알았기 때문에 굳이 화라는 감정을 가지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착한 사람이라고 여겨줬고, 어떤 이들은 화를 내고 싶을 때 화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을 하는 경우까지 이어졌습니다.
감정에 대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며 내 크고 작은 마음에 관심을 가져다 준지도 오래되어버린 지금,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은 언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 내 속을 보게 된 날, 언제나 튼튼할 줄 알았던 내 마음이 제 생각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너덜너덜하고
속이 시꺼메져서 더 이상 타버릴 것도 남아나 있지는 않은 상황
나만 괜찮다고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속은 더 이상 내 감정을 담아두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저에게 가장 편한 사람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그 감정이 표출되기 시작했죠.
그동안 억눌러 놓았던 감정이 제일 편한 사람들에게로부터 털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자 불안해졌습니다.
그동안 모른 척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이전보다 나약해진 저의 탓일까요? 여전히 제 감정이 어떤 상황인지 표현하는 게 어려운 제게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도중 책에 하나의 글귀가 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은 물이다. 때론 맑고 투명하며 때론 탁하고 더럽다.
또한 자꾸 자신을 억누르다 보면 막아뒀던 댐은 언제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고여둔 물은 흐르게 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물이 고이게 한 지금, 채워놓을 수 있는 댐의 한계를 넘어버린 지금,
제개 필요한 행동은 감정의 이유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감정은 감정으로써 있는 그래도 흘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흘려 보내면서 최소한의 내 감정에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요.
'최소한 내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으며, 괜찮지 않을 때 안 괜찮다고' 표현해야 하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