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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09화

내 가치를 떨어트렸던 습관

by 곽기린

요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성비라는 단어는 땔레야 땔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가성비라는 단어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죠.


돈이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스스로 되게 많은 노력을 합니다.


교통비가 아까워 40분 되는 거리는 가뿐히 걸어온다거나, 미식가가 아니라고 생각해 혼자 먹을 때는 무조건 가성비 좋은 음식을 선호, 옷 같은 경우도 나를 위해 산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딱히 얼마만큼 돈을 모을 거라는 목표는 없었지만 내가 버는 거에 대비해 최소 어느 정도만큼은 절약해야겠다 생각했죠.


'내게 쓰는 소비에 대한 절약에 한해서요.'


위에서 말한 내용을 대충 봐도 알겠지만 제가 절약하는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한 소비에 한합니다. 모임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많이 타는 사람이기에 모임에 나가면 돈을 아끼지 않았죠.


결국 남에게 쓰는 돈은 허물없이 쓰던 전 아이러니하게 나 자신에는 인색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돈에도 이런 정반대의 태도를 가졌는데 시간에는 어땠을까요?

약속을 잡다 보면 언제나 양보하기 마련, 타인과의 선약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미뤘겠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면 아주 당연스럽게 나 자신에 대한 약속은 최하위로 두었습니다.


어떨 때는 약속으로 인해 그날 해야만 했던 일은 술에 취한 채 밤을 새워 해내기도 했었죠.



물론 제가 선택한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렸던 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게 있었습니다.


남들이 저처럼 배려해야한다는 건 그저 제 욕심이었다는 걸요.

남들은 제가 시간을 할애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하는 걸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는 걸요.


지금도 그에 대한 실망을 컨트롤하는 게 어렵습니다. 많은 책과 지인들이 관계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고 하지만 제가 제 자신에게 기대한 가치의 반만큼이라도 남들도 조금이나마 생각해주길 바라는 건 아직까지 제 욕심일까요?


실낱같은 희망은 품되 한 가지 생각은 확고하게 듭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행동들은 모두 제 가치를 떨어트렸던 행동이라는 걸요.


나부터 날 소중하게 생각해야 남들도 그제야 내 가치를 알아준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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