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먼저냐 생각정리가 먼저냐
SNS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글쓰기가 먼저인지 아님 생각정리가 먼저인지.
연애로 치자면 이런 거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고백할 것인가, 설레는 마음을 먼저 털어놓고 관계를 점차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이게 무슨 말이냐. 글쓰기를 할 때 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글을 쓰는가,
아니면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생각을 글을 쓰며 풀어나가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정답은 없다. 연애처럼 각자의 스타일이 있을 뿐.
나는 주로 생각정리를 먼저 끝낸 후 글쓰기에 들어가는 순서를 좋아한다.
완벽한 계획러처럼.
당신이 글을 쓴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글쓰기 목적. 즉 독자에게 전달할 핵심 메시지를 정해야 한다. 주제라고 하자. 관점이라 해도 좋다.
주제 : 글쓰기는 재밌다.
주제가 정해졌다면 머릿속으로 목차를 구성해 본다.
글쓰기가 왜 재밌지? 이래서 재밌고, 저래서 재밌고.
아참. 베스트셀러 도서의 저자도 이런 이유로 글쓰기가 재밌다고 말했어.
인용 자료도 넣어보고. 그래서 결론은 글쓰기는 재밌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글을 어떻게 구성할지 그려본다. 그다음 글쓰기에 들어간다.
이미 머릿속엔 글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되어있기에 초고임에도 꽤나 논리적이다.
핵심 메시지도 명확히 보이고, 글쓰기에 막힘이 적다. 퇴고도 얼마 안 걸린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글쓰기 시작이 어렵다.
완벽한 타이밍만 기다리다 고백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왜? 핑계가 있다. 아직 생각정리가 안 됐거든.
반대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한다고 해보자.
설레는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는 즉흥적인 고백처럼.
주제는 아까 정했다. '글쓰기는 재밌다.'
그럼 내가 글쓰기를 재밌어하는 이유는 뭘까? 정리해 본다.
이렇게도 써봤다가 지우고, 불쑥 튀어나온 아이디어도 써봤다가 지우고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글에 일관성이 떨어지고, 구성도 논리적이지 못하다.
퇴고도 여러 번 해야 한다. 잘못하면 구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려야 할 수도 있다.
대신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부담이 적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인 듯. 말하고 싶은 주제만 있다면, 일단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해 보자.
글에도 관성이 있어 쓰다 보면 결국 속도가 붙는다.
즉흥적인 고백 공격 후 서로를 알아가며 관계가 깊어지는 것처럼.
생각 정리 후 글쓰기 아님 글쓰기 하며 생각 정리. 역시나 정답은 없다.
나에겐 어떤 글쓰기가 더 맞는가?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는 수밖에.
아님 이 두 가지를 조금씩 섞어 보는 건 어떨까.
대충 생각해 놓고, 무작정 글 써보기.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글쓰기는 매 순간 새로워진다.
이러니 재밌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