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왼쪽에 대한 강박이 있다.
걱정하지마시라, 그렇다고 우파니 좌파니, 진보와 보수같은, 정치 따위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타고난 오른손잡이다. 글씨를 쓸 때도, 숟가락과 못난 젓가락 질을 할 때도 오른손을 사용한다. 또한 공을 찰 때도(선임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거지로 했던) 오른발을 주로 썼다. 각종 손으로 무언가를 할 때면 항상 오른쪽이었다. 20여 년을 오른쪽을 애용하다 문득 든 생각, 왼쪽이 무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왼쪽에 대한 안쓰러움은 마치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나 길을 잃고 헤매는 어르신들, 꼬리가 잘린 길고양이를 보았을 때처럼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왼쪽을 사용하고 선택하고 아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영업비밀인데… 왼쪽에 대한 애정을 말하고 싶으니 어쩔 수 없지. 무언가를 고를 때 항상 왼쪽을 골랐다. 그런 마음을 알아챘는지, 제비뽑기에서 왼쪽의 종이를 골라 선임 대신 첫 휴가를 나갈 수 있었고, 가지고 싶던 선물을 기가 막히게 받아냈고, 각종 내기에서도 왼쪽을 골라 밥값이나 술값 따위를 면제받았다. 그리고 입가에 뚫은 피어싱도 왼쪽을 선택했고, 반지도 왼쪽에 끼고 있다. 덕분에 의식적인 왼잡이의 인생은 아주 만족스럽다.
그렇게 20년 조금 넘는 시간을 오른잡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타고난 오른잡이가 아닌 것을 알았다. 어디서 알았냐면 내가 사는 대전에서 비행기로 9시간을 날아갈 수 있는 발리에서다. 서핑할 때는 한 발은 뒤로, 한 발은 앞으로다. 이때 뒤에 간 발이 중심이 되고, 기준이 된다. 이를 어떻게 고르냐면(사실 고르는 건 아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럼 뒤에서 누가 확 미는 것이다. 그때 어떤 발이 먼저 튀어 나가는지가 그 방향을 정한다.
당연히 오른발이 나갈 줄 알았지만, 왼발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 나의 몸을 지탱해줬다. 그때 무언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왼쪽이라니. 왼쪽으로 타게 된 파도는 꽤나 안정적이었다. 또 수업 시간 발표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긴장을 하거나 무언가 제스쳐를 취할 때면 항상 왼쪽으로 귀를 만진다든지, 머리를 넘긴다는 사실이었다. 의식적인 왼잡이가 되어버린 걸까.
의식적이든 잠재되어 있던 성향이든 무어든, 앞으로도 나는 왼쪽을 더 애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