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는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용기로 펜을 쥐고 내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썼던 시점부터 삶은 차츰 건강해져 갔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꼬박 6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빠짐없던 것은 아닙니다. 바쁜 일상에 글쓰기가 우선순위에 밀려난 날도 있었습니다. 글 쓰는 감각을 잊을 때쯤엔 쉬이 위태로운 마음과 감정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돌아온 탕아와 같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다시 노트를 펼쳤습니다. 그러면 글쓰기는 기다렸다는 듯 저를 반겨주며 마음에 난 생채기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지요.
첫 책을 내고 1년이 흘렀습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펴낸 <뜻밖의 글쓰기 여정>은 제목처럼 매 순간 저를 뜻밖의 여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살고 싶어서 글쓰기를 붙잡았던 무렵에 차곡차곡 모은 문장들이었습니다. 마음을 닦는 청소포 정도였던 글들이 주변에 전해지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영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출간을 기점으로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찾아왔습니다. 외부 강의에 특강자로 서거나, 북토크를 열고, 북페어를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나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료와 모여서 책과 관련한 재미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무한하게 펼쳐지는 영감의 숲에서 시도하고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하니 그들은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 하면 글을 좀 잘 쓸 수 있느냐"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입사 이력서 작성에서부터 영화를 만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은 비로소 글쓰기에서 시작된다는 신비로운 흐름까지도 느꼈습니다. 더불어 자기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을 때도 글쓰기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편안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노트 속에서 느닷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움트기도 하니까요. 저는 전해 주고 싶은 말들이 가득했지만 말로 모두 풀어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언젠가, 저는 준비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동안 갈고닦아온 글쓰기 비법을 나눌 준비였습니다. 절대 완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잘 적용될 방법도 아니었지요.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난 확신이 저를 깨웠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건 가치 있는 일일 거야.'
저는 약 8개월간의 고민과 구상 끝에 글쓰기 및 창작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엇쓰기 스튜디오'입니다.
'엇쓰기'는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를 뜻합니다. 엇쓰기는 결코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엇쓰기는 오직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나를 감각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엇쓰기는 글쓰기라기보다는 명상에 가깝습니다. 엇쓰기를 할 때만큼은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안의 '구린' 모습을 마구마구 드러내도 좋습니다. 충분히 실수하며 엇나간 길을 따라 걷는 글쓰기가 바로 엇쓰기입니다.
창작은 고르고 아름답게 펼쳐진 결과의 세계가 아닙니다. 모든 창작물은 지지부진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합니다. 세계적인 문학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초고는 걸레다." 엇쓰기가 바로 그 '걸레질'입니다. 인간적인 마음에 낀 때와 먼지를 바라보고, 닦아내고, 깨끗이 정리하다 보면 그새 내 안에 머물던 의심과 묵은 감정들도 하나둘 풀려납니다. 엇쓰기를 통해 단 1퍼센트 만을 닦아낸다고 해도 그것은 가치 있습니다. 1퍼센트는 10퍼센트로 향할 잠재력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역문화도시기획 지원 사업을 통해 곧 엇쓰기의 꿈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동료를 모아 '엇쓰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엇쓰기 모임은 여섯 명의 엇쓰기 파트너와 함께 떠난 8주간의 글쓰기 항해였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수년간 홀로 겪어온 글쓰기가 다른 이들의 삶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엇쓰기 모임을 진행하는 8주간 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감동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저와 엇쓰기 파트너들은 수없이 서로의 마음을 울렸지요. 우리는 엇쓰기의 철학을 배우고 꾸준히 활용해 나가며 차츰차츰 일상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물론 이전보다 더 밝고, 더 맑고, 더 명확한 쪽으로의 변화였습니다.
우리는 매주 1회씩 만나 의미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만 알기엔 아쉬울 정도로 가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이후 저는 엇쓰기의 철학이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새로운 꿈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엇쓰기 모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탄생입니다.
내면을 탐험하는 일은 아주 외롭고 괴로운 여정입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도 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의 그러한 고독한 배움의 여정에 함께 한다면 좋겠습니다. 엇쓰기 모임의 이야기가 분명히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정한 길잡이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쓴 이야기를 펴냅니다. 여러분과 함께할 엇쓰기 모임의 두 번째 항해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프롤로그
─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 모임 (현재 글)
1주 차: 오리엔테이션
─ ① 엇쓰기가 뭐예요?
─ ②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③ 지하 암반층에서 엇쓰기
─ ④ 엇쓰기, 어떻게 하는 건데?
─ ⑤ 나만의 넷플릭스에 접속하라
─ ⑥ 엄마 김치의 비밀
─ ⑦ 리쓴! 나의 일상 리듬
─ ⑧ 엇쓰기의 효능
─ ⑨ 자기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이진 인스타그램 @leejinand
엇쓰기 모임 인스타그램 @eot_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