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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05. 2024

엇쓰기의 효능

1주 차 ─ ⑧ 두려움 다루기

어제는 시장에서 우엉차를 샀습니다. 가을빛의 말린 우엉을 한가득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엔 마음도 왠지 풍성하더군요. 끓인 물에 5분간 우려낸 우엉차는 고소하고 따뜻한 향기를 냅니다. 달큰한 감칠맛은 근사하지요. 아주 건강해지는 맛입니다. 저는 이렇게 건강한 맛을 내는 음식을 만나면 왠지 효능이 궁금해집니다.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아마 우엉을 한 포대 정도 우려 마셔야 할 텐데도 말입니다. 이성의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저는 휴대폰을 들고 검색창을 켭니다. 

    '우엉의 효능.'

    아하! 우엉 껍질에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이눌린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배변을 활발하게 하고, 담즙산을 배출시켜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린다고 해요. 어렵고 생소한 전문 용어들 사이사이 유혹적인 단어들이 쏙쏙 눈에 들어옵니다. '배변 활발', '콜레스테롤 수치 내림.' 우엉차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왠지 소화가 더 잘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이 장에서 여러분께 엇쓰기의 효능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큰 그림을 보고 나서 움직이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엇쓰기의 매력적인 효능을 지침 삼아 여러분의 글쓰기 소화 작용도 원활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두려움 다루기


    엇쓰기의 효과 첫 번째는, 두려움을 다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꾸준히 엇쓰기를 하면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쓰고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 활동에 대해 초심자는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무언가를 처음 한다는 것은 완전히 실수해 보겠다는 결심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대개 베일에 감싸져 있습니다. 그것은 실패에 대한 공포감이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투이기도 합니다. 혹은 별거 아닌 듯 흘겨보는 냉소나, 꼬투리를 잡고 비판하거나 비관하는 습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감정의 뿌리는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창조성을 가로막습니다. 창조적 용기를 실현하는 대신에 공포, 질투, 냉소, 비관 등을 통해서 과거의 자기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단지 껍데기일 뿐이라도요. 두려움은 절대 몸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것은 생각하고, 말하고, 표정을 지으며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 겁을 냅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움은 당신이 자신도 모르는 절망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두려움을 글에 담아보라. 무엇이든 세 쪽에 걸쳐서 적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특별한 재미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믿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는 이야기에 대해 지루하고, 뻔하고, 평범하다고 여길지도요. 하지만 정말 표현해 보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엇쓰기를 하다 보면 종종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다루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쓰거나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순간 굉장히 편안해진다는 것입니다. 생각의 세계에서 보고 듣고 맛보던 두려움은, 글과 활자로 펼쳐내면서 이미 역할을 다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마디 말들을 마주합니다.

    '나는 너무 지루한 사람이라서 내가 쓴 글도 지루할 거야.'

    '혹시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보기엔 특별한 점이 하나도 없어.'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런 글을 쓰겠어.'

    여러분의 내면에 들이치는 폭풍의 문장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주로 비관적인 쪽으로 여러분을 밀어내는 무시무시한 감정들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여러분이 귀를 기울여 들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관적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비관적인 것의 반대편, 완전히 긍정하는 힘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스스로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여정을 걷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저항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 안에 무슨 이야기가 들리든지 간에 있는 그대로 관심을 가져보세요.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불친절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받아쓰기하듯이 그저 내 마음에서 들리는 문장들을 그대로 옮겨 적어 보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오나요? 마음이 가는 길을 가로막지 않고, 불친절을 그대로 따라 보세요.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은 그것과 제대로 마주하는 것입니다. 


Q. 지금 떠오르는 두려움의 단어와 생각들을 아래에 자유롭게 써보세요.
    원한다면 욕이나 경멸, 분노와 공포를 담은 불친절한 용어를 마구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A.

 



    




이진의 브런치 매거진 <엇쓰기 모임> 정주행 하기


프롤로그

─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 모임


1주 차: 오리엔테이션

─ ① 엇쓰기가 뭐예요?

─ ②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③ 지하 암반층에서 엇쓰기

─ ④ 엇쓰기, 어떻게 하는 건데?

─ ⑤ 나만의 넷플릭스에 접속하라

─ ⑥ 엄마 김치의 비밀

─ ⑦ 리쓴! 나의 일상 리듬

─ ⑧ 엇쓰기의 효능 (현재 글)

─ ⑨ 자기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진 인스타그램 @leejinand

엇쓰기 모임 인스타그램 @eot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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