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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12. 2024

자기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1주 차 ─ ⑨ 엇쓰기의 효능 두 번째

엇쓰기의 두 번째 효과는, 작은 성취를 통해 자기 효능감과 자기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이것도 했으니, 저것도 할 수 있겠다'는 내면의 신뢰감입니다. 스스로 능력치를 알고 느끼는 자신감입니다.

    우리가 앞 장에서 들여다본 두려움은 자기 효능감과 정반대에 위치합니다. 두려움과 자기 효능감의 다른 점은 딱 하나죠. 바로 '행동'의 유무입니다. 

    두려움은 행동으로 쉽게 스러집니다. 이는 참 역설적입니다. 두려움은 계속해서 여러분이 행동하기를 막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순간, 두려움은 자취를 감추고 흩어집니다.

    '그렇게 두려워했는데 해냈구나.'

    '이렇게 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입니다. 이는 결실이 아니라 과정에서 맺어집니다. 방금까지 어두컴컴한 두려움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행동 하나로 이렇게 곧바로 생각을 전환하다니! 저는 이것이 정말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는 바와 맞닿은, 아주 작은 목표 한 가지를 달성하는 경험을 통해서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는 과거 오랫동안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사준 긴 팔 셔츠를 리폼해 입었고, 동네 골목시장에서 산 알록달록 체크무늬 스카프를 휘황찬란 두르고 다녔습니다. 중학생 때는 온라인 중고 시장에 입문해서 옷이나 신발을 사고팔며 비밀스러운 취미를 즐기기도 했고요.

    고등학교를 진학할 무렵부터는 옷에 대한 저의 열정이 패션디자인이라는 진로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옷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바로 그 실마리였습니다. 미술 시간에는 인형 옷을 만들어보고, 집에 있던 오래된 한의원 가방으로 클러치를 만들어보기도 했지요. 결국 대학도 패션디자인학과를 진학하여 전문적인 공부에 몰입했습니다. 휴학 후에는 저의 꿈이었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경험도 해보고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목표로 향하는 길에서 저는 수많은 작은 계단을 걸었습니다. 이 계단은 옷을 졸업 패션쇼에 올리거나, 브랜드를 창업하고 프로젝트를 달성하는 등의 거창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옷과 디자인에 대한 일상적인 관심으로부터, 그리고 호기심에서 비롯된 작은 시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초심자로서 글쓰기를 시도해 보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것은 글을 쓸만한 노트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손에 편하게 쥐어지는 연필이나 펜도 필요합니다. 글을 쓸 시간과 공간을 내는 것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를테면 책상 앞에 앉는 일도 하나의 단계일 수 있습니다.

    글쓰기라는 목표 안에서 가장 해볼 만한 첫 시도는 집에서 쓸만한 노트를 찾아보는 일, 혹은 문구점에 가서 노트를 사보는 작은 행동입니다. 여러분은 퇴근 후 집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 들러볼 수도 있고, 오랜만에 책장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괜찮은 노트를 하나 구했나요? 그러면 한 손에 노트를 꼭 쥐고 또 다른 최소 단위의 목표를 정해 보는 겁니다. 이제는 펜이나 연필을 구해보는 일입니다. 혹은 두 가지를 한 번에 찾았다면, 바로 글쓰기에 돌입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세 페이지를 채우는 자유 형식의 글쓰기입니다. 만약 세 페이지가 너무 많게 느껴진다면 첫날에는 한 페이지만 채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구잡이로 쓰는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보세요. 생각이 가는 대로 손이 그리는 대로 따라가 봅니다. 여기서도 작게 보자면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가치 있는 시도이자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문장을 쓰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주제로 문장을 시작해도 됩니다. 이곳은 여러분의 자유로운 놀이터입니다. 완벽하게 솔직한 나와 대면할 수 있는 여러분만의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그 누구도 글을 다시 볼 수 없도록 하는 주의 사항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진의 브런치 매거진 <엇쓰기 모임> 정주행 하기


프롤로그

─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 모임


1주 차: 오리엔테이션

─ ① 엇쓰기가 뭐예요?

─ ②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③ 지하 암반층에서 엇쓰기

─ ④ 엇쓰기, 어떻게 하는 건데?

─ ⑤ 나만의 넷플릭스에 접속하라

─ ⑥ 엄마 김치의 비밀

─ ⑦ 리쓴! 나의 일상 리듬

─ ⑧ 엇쓰기의 효능

─ ⑨ 자기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현재 글)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진 인스타그램 @leejinand

엇쓰기 모임 인스타그램 @eot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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