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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Jan 16. 2024

엇쓰기가 뭐예요?

1주 차 ─ ① 엇쓰기를 소개합니다

엇쓰기는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를 말합니다. 여기서 '엇, 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아래 단어를 한 번 입으로 소리 내어 볼까요.


"엇!"

    왠지 '엇'이라는 단어 뒤에는 자연스럽게 느낌표가 따라붙는 듯합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칠 때 느낌표를 함께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요. 그만큼 '엇'이라는 단어에는 무언가 새로움과 놀라움의 느낌이 내재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이 뜻밖의 맛집이었을 때, 집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했을 때, 혹은 친구가 머리 색을 바꾼 것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엇' 하는 감각을 느낍니다. 즉 '엇, 하는 순간'이란 평범하게만 보이는 일상 속에서의 새로운 발견과 독특한 알아차림의 순간을 말합니다.


    엇쓰기는 또한 마음껏 엇나가보겠다는 반항적인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반항이란 충분히 시행착오하며 경험하겠다는 뜻입니다.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재미난 우화가 하나 있습니다. 한 양치기 소년이 양들을 데리고 풀 내음 가득한 목초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소년은 평소와 같이 양들과 잠을 청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양 몇 마리가 이상하게도 잠을 자지 않고 혈기 왕성하게 초원을 뛰어놀았습니다. 밤새 뛰놀던 양들은 낮에 특이한 열매를 먹었는데, 그것이 바로 커피 열매였습니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양치기 소년을 통해 마을까지 퍼졌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사는 수도자들은 그런 커피의 각성 능력을 두려워했습니다. 수도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가지고 온 커피 열매를 모두 없애 버리기 위해 불에 던져버렸지요. 불에 들어간 커피 열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적당히 그을린 커피의 향기는 더욱더 매혹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볶은 커피의 발견은 수도자들의 실수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겨울철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는 보습 젤 바셀린의 역사에도 신비로운 발견의 마법이 있습니다. 피부 보습에 탁월한 바셀린은 원래 석유 기계에서 묻어나는 찌꺼기 '로드 왁스'에서 나온 물질입니다. 석유 인부들은 로드 왁스를 가까이 접하면서 이미 그 놀라운 효과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드 왁스를 일부러 모아두었다가 상처 난 곳이나 화상 자국에 연고처럼 바르곤 했지요. 그 모습을 본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로는 로드 왁스를 정제하여 피부 보습 젤 바셀린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새로운 발견에는 '엇,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혁신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두려움과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무시무시한 각성효과를 가진 커피 열매가 불에 닿으면 고소한 향과 맛을 낸다는 걸 누가 알 수 있었을까요? 실수로 불에 던져 넣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새카만 석유 찌꺼기가 피부 보습을 도울 것이라고 누가 먼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직접 만져보고 접해보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의심해 마지않는 엇나간 길에는 뜻밖의 답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엇, 하는 순간'의 진면목은 드러납니다.


    앞으로 우리가 배워볼 엇쓰기는 나만의 안성맞춤을 찾기 위한 좋은 도구입니다. 가끔은 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모호할 때 우리는 답답하고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몇 가지 선택을 앞에 두고 갈림길에 설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내가 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훨씬 더 현명하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정보력과 이해력, 그것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엇쓰기를 통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를 탐구하며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볼 것입니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 나다워지는 법을 아는 것이다."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엇쓰기가 길러줄 것입니다. 엇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기에게 알맞은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글을 쓰며 내면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이 소화하고 배출하게 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몸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 좋은 식습관과 운동이라면,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 바로 엇쓰기입니다.


    다만, 엇쓰기는 하나의 열린 결말입니다. 엇쓰기의 방법론 안에서 유일한 절대 법칙은 없습니다. 그러니 유동적으로 스스로 알맞게 시행착오해 보세요. <엇쓰기 모임>의 이야기가 하나의 참조가 되어 여러분의 자기 이해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진의 브런치 매거진 <엇쓰기 모임> 정주행 하기


프롤로그

─ 내 안의 엇, 하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글쓰기 모임


1주 차: 오리엔테이션

─ ① 엇쓰기가 뭐예요? (현재 글)

─ ②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③ 지하 암반층에서 엇쓰기

─ ④ 엇쓰기, 어떻게 하는 건데?

─ ⑤ 나만의 넷플릭스에 접속하라

─ ⑥ 엄마 김치의 비밀

─ ⑦ 리쓴! 나의 일상 리듬

─ ⑧ 엇쓰기의 효능

─ ⑨ 자기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진 인스타그램 @leejinand

엇쓰기 모임 인스타그램 @eot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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