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을 권리

by 윤숨

시즌 2 - 2장. 완벽하지 않을 권리

오타의 발견

"작가님, 지난 글에 오타가 있어요."

독자의 댓글을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르시스트'를 '나르시스터'라고 썼다. '되었다'를 '됬다'로 썼다. '않는다'를 '안는다'로 썼다.

13주 동안의 글을 다시 읽어봤다. 오타가 수두룩했다.

부끄러웠다.

'작가'라면서 맞춤법도 틀리다니. 새벽에 써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실력이 이 정도인가?

급하게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3천 명이 읽었다.

그날 밤, 글을 쓸 수 없었다.

커서를 앞에 두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모든 문장이 의심스러웠다.

'이게 맞나?' '혹시 또 틀린 건 아닐까?'

완벽주의의 감옥

대학 시절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완벽한 글은 없다. 다만 마감이 있을 뿐이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제 안다.

완벽을 추구하면 한 줄도 쓸 수 없다. 첫 문장부터 막힌다.

'이렇게 시작하는 게 맞나?' '더 좋은 표현이 있지 않을까?' '독자들이 재미없어하면 어떡하지?'

새벽 4시. 백지의 화면만 바라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타 투성이였던 글들이 더 많은 공감을 받았다.

"작가님도 실수하는구나. 인간적이에요." "저도 늘 맞춤법 틀려요. 위로받았어요."

불완전함이 오히려 연결고리가 되었다.

일기장의 비밀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20대 초반에 쓴 글들. 오글거려서 읽기 힘들다.

"오늘 하늘이 너무 예뻤다.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사랑은 뭘까? 아픔일까? 행복일까?"

유치하다. 진부하다. 문장력도 엉망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썼다.

언제부터일까?

글이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모든 문장이 멋져야 한다고 믿은 게.

헤밍웨이는 말했다.

"초고는 항상 쓰레기다."

그런데 나는 초고조차 완벽하길 원했다.

댓글의 무게

"글이 예전 같지 않아요."

시즌 2를 시작하고 받은 댓글이다.

찔렸다.

맞다. 예전 같지 않다. 의식하고 있으니까. 독자를, 반응을, 기대를.

시즌 1의 첫 글을 다시 읽었다.

날것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있었다.

지금은?

매끈하다. 정돈됐다. 하지만 뭔가 죽어있다.

'작가다운 글'을 쓰려다가 '나다운 글'을 잃어버렸다.

사르트르의 '시선의 지옥'이 떠올랐다.

타인의 시선이 나를 대상화한다. 나는 더 이상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

글도 그렇구나.

새벽의 초고

오늘 새벽, 결심했다.

다시 초고를 쓰기로. 퇴고하지 않은, 날것의 글을.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닌다.

오타도 났다. 문장도 엉성하다. 논리도 비약이 있다.

하지만 살아있다.

새벽 4시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들.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 다듬어지지 않은 고민들.

3년 전 스페인 여행이 떠올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봤다. 미완성의 성당. 가우디는 죽을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미완성이 더 아름다웠다.

계속 지어지고 있다는 것.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의 삶도, 글도 그렇지 않을까.

실수의 미학

"또 오타 있어요 ㅋㅋ"

이번엔 웃으며 읽었다.

"앗, 또요? 새벽에 쓰다 보니... 감사해요!"

"괜찮아요. 저도 새벽엔 정신없어요."

작은 대화. 하지만 따뜻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실수해도 괜찮다는 위로.

레너드 코헨의 노래가 떠올랐다.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다. 그것이 빛이 들어오는 길이다."

내 글의 균열들. 오타, 비약, 미숙함.

그 틈으로 독자들이 들어온다. 공감이 스며든다. 연결이 만들어진다.

불완전한 선언

나는 선언한다.

완벽하지 않을 권리를. 실수할 권리를. 초고를 공개할 권리를.

맞춤법을 틀릴 수도 있다. 논리가 비약할 수도 있다. 감정이 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다.

새벽 4시의 나. 졸린 눈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쓰는 나.

니체는 말했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내 안에 혼돈을 품어야 한다."

내 글의 혼돈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혼돈 속에서 춤추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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