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사이

by 윤숨

시즌 2 - 1장. 빛과 그림자 사이

13주 후의 새벽

"시즌 2를 시작한다고요?"

편집자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보통 시즌제는 인기 작품만 하는데... 독자 반응이 그렇게 좋았나요?"

솔직히 나도 몰랐다. 숫자로 보면 대단할 게 없다. 조회수 평균 3천. 댓글은 한 편당 열 개 남짓.

하지만.

"선생님 글 덕분에 새벽이 덜 무서워졌어요." "저도 불면증인데, 이제는 그 시간을 즐기려고 해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메시지들이 왔다.

숫자가 아닌 온도가 있었다.

니체가 말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13주 동안 새벽의 심연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그 심연 속에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빛의 무게

시즌 1이 끝나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잠이 잘 왔다.

13주 동안 불면증을 친구 삼아 글을 썼는데, 정작 연재가 끝나니 푹 잤다.

아이러니했다.

새벽 3시. 억지로 눈을 떴다. 글을 써야 하니까.

하지만 뭔가 달랐다.

예전의 새벽은 어둠이었다. 불안과 외로움의 시간. 지금의 새벽은? 의무가 됐다. 독자들이 기다리니까.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처음 느꼈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나는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본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벽에 글 쓰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존재가 역할에 갇히는 순간.

독자라는 거울

"왜 2주 동안 글이 없으셨어요?"

한 독자의 메시지. 걱정이 묻어났다.

미안했다. 동시에 부담스러웠다.

나는 그저 나의 새벽을 기록했을 뿐인데, 어느새 누군가의 새벽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작가님 글이 없으니 새벽이 더 길어요." "월수금이 기다려져요." "시즌 2는 언제 시작하나요?"

독자들의 메시지를 읽다가 깨달았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 나의 새벽과 당신의 새벽이 만나는 것.

데리다의 '차연(差延)'이 떠올랐다.

의미는 고정되지 않는다. 계속 미뤄지고 변한다. 내가 쓴 글도 독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가 된다.

그림자의 고백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새벽에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아침을 맞고 싶다.

"불면증이 나았으면 좋겠어요."

한 독자가 댓글로 응원을 보냈다.

순간 당황했다.

불면증이 나으면... 나는 뭘 써야 하지? 새벽의 기록자가 아닌 내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

모순이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 고통이 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것.

프로이트의 '질병 이득'이 생각났다.

때로 우리는 아픔에서 이득을 얻는다. 관심, 동정, 특별함...

나에게 불면증은 무엇일까? 저주일까, 선물일까, 아니면 핑계일까?

새로운 약속

시즌 2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르게 하려고 한다.

시즌 1이 어둠 속의 독백이었다면, 시즌 2는 빛과 그림자 사이의 대화가 되었으면.

완전한 어둠도, 완전한 빛도 아닌 그 경계에서의 이야기.

새벽을 견디는 법이 아니라 새벽과 친구가 되는 법.

불면증을 극복하는 법이 아니라 불면증과 함께 사는 법.

키르케고르가 말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그렇다면 나는 계속 현기증을 느끼며 살 것이다. 자유롭게, 불안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첫 번째 그림자

오늘 새벽, 거울을 봤다.

13주 전과 똑같은 얼굴. 다크서클도 그대로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눈빛이랄까. 표정이랄까.

이전엔 새벽을 견디는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새벽을 사는 얼굴이다.

"안녕."

거울 속 나에게 인사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얼굴에게.

플라톤의 동굴 우화가 떠올랐다.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은 빛에 눈이 부시다. 하지만 동시에 그림자의 진실도 안다.

나는 이제 둘 다 아는 사람이 되었다.

빛의 따뜻함과 그림자의 진실을.

시즌 2에 보내는 편지

독자 여러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동시에 두렵습니다.

시즌 1이 날것의 고백이었다면, 이제는 뭔가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약속합니다.

여전히 정직하게 쓰겠다고. 새벽의 진실을, 삶의 모순을, 인간의 나약함을.

완벽한 답이 아니라 함께 걸어갈 질문들을 나누겠다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쓰려 합니다. 새벽의 언어로, 그림자의 문법으로.

빛과 그림자 사이. 잠과 깨어있음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

그 경계에서 만나요.

여전히 잠 못 드는 새벽,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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