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적

시즌 1을 마치며

by 윤숨

13장. 일상의 기적 - 시즌 1을 마치며

평범한 아침의 선물

오늘도 새벽에 눈이 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다. 짜증이 나지 않는다.

창밖을 봤다. 아직 어둡다. 하지만 저 멀리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커피를 내렸다.

원두를 갈 때 나는 소리. 뜨거운 물이 커피를 적시는 순간. 올라오는 향기.

평범한 일상.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일상 언어는 완벽하다."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특별함을 찾느라 놓치고 있을 뿐.

지하철에서 만난 시

만원 지하철. 평소 같으면 짜증났을 텐데.

옆 사람의 책 제목이 보였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우리 모두 같은 질문을 안고 산다.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며.

앞 사람의 이어폰에서 음악이 새어 나온다. 뒷사람은 졸고 있다. 옆 사람은 웹툰을 본다.

각자의 아침. 각자의 일상.

그런데 이상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동료들.

릴케의 시가 떠올랐다.

"어쩌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이 만원 지하철도, 이 피곤한 얼굴들도,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도.

편의점 김밥의 위로 2

점심시간. 오늘도 편의점이다.

김밥을 고르다가 발견했다. 새로운 메뉴. '전주비빔김밥'.

작은 모험. 도전.

계산대 알바생이 말했다.

"이거 신메뉴인데 맛있어요."

짧은 대화. 하지만 따뜻했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2분. 기다리는 동안 창밖을 봤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각자의 점심을 향해.

'띵-'

김밥을 받아들었다. 뜨겁다.

첫 입.

아, 맛있다.

2,700원의 행복. 일상의 작은 기적.

장자가 말했다.

"물고기는 물을 잊고, 새는 바람을 잊는다."

우리도 일상을 잊고 산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깨닫는다. 일상이 얼마나 기적인지.

퇴근길 노을

오늘은 야근이 없다.

6시 퇴근. 밖이 아직 밝다.

회사 앞 벤치에 앉았다. 그냥.

노을이 진다.

주황색, 분홍색, 보라색. 매일 지는 노을인데 매번 다르다.

옆 벤치에 할아버지가 앉았다.

"젊은 사람이 노을을 보네."

"예쁘네요."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아."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도 노을빛이 든다.

하이데거가 떠올랐다.

"시적으로 인간은 거주한다."

시적인 순간은 특별한 데 있지 않다. 노을을 보는 이 순간. 할아버지와 나눈 짧은 대화. 그것이 시다.

엄마와의 전화

"밥은 먹었니?"

매일 같은 질문. 예전엔 귀찮았다.

"네, 먹었어요."

"뭐 먹었는데?"

"김밥이요."

"에고, 제대로 좀 먹어라."

잔소리.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들린다.

사랑이구나.

"엄마는 뭐 드셨어요?"

"나야 된장찌개 끓여 먹었지."

평범한 대화. 하지만 이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엄마."

"응?"

"고마워요."

"갑자기 왜 그래?"

"그냥... 그냥요."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따뜻하다.

프루스트가 찾던 '잃어버린 시간'.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새벽 일기의 마지막 장

13주 동안의 여정이 끝났다.

거울 앞의 나르시스부터 시작해서 일상의 기적까지.

무엇이 변했을까?

여전히 새벽에 잠 못 들고, 여전히 회사는 다니고, 여전히 고민은 많다.

하지만.

이제 새벽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선물 같다.

남들이 자는 시간, 나만의 시간. 생각하고, 쓰고, 느끼는 시간.

칸트가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했듯이, 나는 매일 새벽에 깨어있다.

그리고 그게 나다.

독자들에게

당신도 새벽에 잠 못 드나요?

괜찮습니다.

그 시간이 저주가 아니라 선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선택의 미로 속에 있습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벽에 부딪히고, 때로는 제자리를 맴돕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입니다.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계속 질문하고, 계속 걸어갈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헤르만 헤세의 말을 전합니다.

"모든 시작은 그 안에 마법을 품고 있다."

내일도 새로운 시작입니다. 새벽에 눈을 뜨든, 아침에 일어나든.

그 시작 안에 작은 마법이 있기를.

일상이라는 기적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감사합니다.

함께 걸어줘서. 함께 고민해줘서. 함께 새벽을 지새워줘서.


시즌 2에서 다시 만나요.

"선택의 미로: 빛과 그림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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