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土
자유라며 한시름 놓은 지 거의 두 달. 아직 생활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빈둥거리기 좋아하는 한량일뿐. 대학원 사람들을 다시 만나 ‘거대한 프로젝트’가 없냐는 질문을 받으니, 머릿속에선 수첩에 빼곡히 적어놓은 소설의 구상들이 웅성거렸지만, 나는 입을 떼지 않고 그저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언제나 아이디어들만 맴돌고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건 채 10프로도 안 되니까.
취직한 녀석들 대부분이 못할 짓이라며 말린다. 그렇다고 대학원 사람들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자기가 제일 힘들고, 괴롭고, 삶의 의미가 없고, 재미가 없고, 살기가 팍팍하다. 그러나 나는 이따금 밀려드는 무료함이나 답답함, 간혹 사로잡히는 불안감, 허무함 등을 제외하면, 내가 상당히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삶의 무게중심이, 균형이 달라져 더 이상 우울한 감정들에 지나친 무게를 싣지 않게 되어서인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주저없이 내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실 사람이 언제나 기분이 ‘맑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린 만화 주인공 요츠바의 표현처럼 (아침 식사는 주로 뭐냐는 질문에 ‘빵 빵 빵 밥 빵, 뭐 그래’ 라는 식의 표현) 대체로 맑은 시간이 좀 더 많은 편이라면 만족하고 살아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다른 이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보니, 실제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행복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그게 별로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언젠가도 썼지만, 가끔은 나를 속이는 방법도 꽤 효과적이다. 게다가, 모두가 그렇게 힘들다고 칭얼대는데 나까지 보태고 싶진 않다. 역시 똑같아지기 싫다는 자만심, 반항심이 뒤섞인 태도려나 싶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행복하다고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자그마하고 이상한 사명감도. 밝은 나를 보면서, 다른 이들도 같이 밝아지고 좀 더 가벼워졌으면 하는, 조금은 유치하고 쑥스럽고 오글거리기도 하는 소망.
10년 전이라면 전혀 가지지 않았을, 상상하면 비웃었을 그런 마음가짐.
그 때는 분명, 행복하다고 말로만 덮기엔 너무 더러운 현실이었던 게 사실이지.
지금은 그 때 날 괴롭혔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해도 분명 사실일거야.
그저, 좀 더 행복하고 신나고 즐겁고 재밌게 살 방법들을, 알고 있지만 아직 실천하지 않고 있을 뿐.
나의 거대한 꿈의 프로젝트…
차근 차근. 하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