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번지점프

토 土

by 하이디 준

여름이지만, 그것도 환장하게 더운 여름이지만, 이상 기후로 사람도 까딱하면 죽일 수 있는 그런 여름이지만, 몹시 신기하게도 예전과 달리 싫지 않다. 견디기 힘들만큼 따가운 햇빛이 오래도록 구름 따위 멀리 내팽개치고 뻐기고 있어도, 옛날만큼 밉지 않고 그저 아, 뜨끈뜨끈하구나아-하고 어슬렁대며 걸어간다. 나이가 든 걸까, 헛소리도 해보지만, 실은 그냥 그 정도로 물러진 거, 게을러 진게 아닐까 한다.


주변에서도, 스스로도 입버릇마냥 늙어간다고 농을 하지만, 진심은 내가 아주, 마냥, 한창 어리고 젊다고 외친다. 거울을 보면서도 지금이 가장 예쁜 때, 아름다워야 할 때라며 고개를 끄덕여 뵈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할 것도 많다고, 힘을 내야지 싶다. 물론, 몸은 역시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나태함에 절여진 그대로지만. 여유롭다가도, 문득 미치게 불안해질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세상 다 포기한 듯한 마음가짐이 될 때가 있다가, 당장 무슨 일이든 저질러버릴 태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늘, 언젠가 안정적이고, 자신만만하고, 자상하고, 현명한 모습을 갖춘 채 늙어있을 나를 부러워나 하고 있는 거다. 와, 여전히 낙천적이긴 해. 미래의 내가 그렇게나 이상적일 거라고 믿는 건 말이지.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더 많은 세계를 봐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지만, 나쁜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 아직도 나는 벼랑 끝에서 망설이기. 실제로 번지점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을텐데 나는 그저 유사 행위라도 해보고파서 괜히 한 번은 뛰어내려야 쓰겠다고 생각한다. 뭐, 그것도 잠깐은 약발이 들겠지. 내가 여태 쓴 여러 마약들 - 다른 이들의 책, 영화, 애니, 게임, 친구들과의 시덥잖은 수다 같은 것처럼.


독립해야 하는 나이가 정말 생물학적으로 있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그저 사회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것 뿐일까. 아니면 단지, 내 멋대로 하고프단 욕망에 지나지 않는 걸까.


바보 같이 또, 12년에 12년을 더한 올해엔 무슨 일이 나도 나야만 한다고, 이상한 환상이나 지어내고 있다.

하지만 있지. 실은 정말 내가 저지르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나는 사실 운이 아주 좋거나 특별한 운명을 타고나서 언젠가는 반드시 뭔가가 내게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존재. 내가 갖고 싶고, 잡고 싶고, 정말 원한다면 직접 손을 뻗고 직접 거기까지 걷지 않으면 안 되는, 샛길이며 지름길 따위 주어지지 않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다만 그런 나를, 여태 대견한 듯이, 혹은 좀 가소롭다는 듯이 누군가가, 어떤 이들이 지켜봐 준 것 뿐이니까. 내가 하지 않으면,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돌이켜보면, 그를 먼저 잡았던 것도, 나 아니었나?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꿈의 존재들만이 아실 일이겠지만.

꽤 절박했는지도 모르지.


나, 지금 아직 덜 절박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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