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土
빛과 바람이 좋은 날엔, 나뭇잎 물결에 마음이 설렌다. 소나무도 새 잎이 돋는데, 예전 것들의 끝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진달래가 통통하고 둥그런 바늘꽂이처럼 수북히 피어있었다. 떠오르는 게 진달래꽃 노래밖에 없어서 흥얼거렸다.
말없이 고이 보내주는 건 좋지만, 밟고 가라고 꽃을 뿌려주는 심정에 서린 한이 무섭달까. 그럼에도 나는 그 '정제된 분노'가 좋다. 삼키고 삼켜서 끝내 진한 진달래로 붉게 피워내는 정수가. 나는 언제쯤 그 경지에 이르지. 삼키기엔 너무 역겨워서 늘상 진저리를 치는데.
다른 데로 옮겨간다 해도, 직장 생활이란 결국 다 거기서 거기. 여기 오래 있을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규칙적인 생활은 이득이다. 다만, 너무 단순해지고 흔해 빠지는 게 싫을 뿐.
가족이 아닌데, 행동도 그렇게 하는데, 가식적으로 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기분 나쁘다. 내 영역에 침범하려 드는 걸 혐오한다.
하지만 사회 생활은 그런 걸 숨기고 참는 거라지.
웃으면서, 이야기하면서, 먹으면서, 거의 하루종일, 거의 한 주 내내 붙어 있는 사람들이.
그저 좋아하는 척. 속으론 무시하고, 경멸하고 동정하면서. 늘 아닌 척. 위해주는 척.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기도 힘들다.
재미없는 글을 써야하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 이제 간신히 한 달을 채웠다. 아득해서 한숨이 나올 지경. 끝이 없고, 긍정도 없고, 모두가 불만투성이에 비관주의자. 냉소주의자들. 내가 오래 전 이미 버리겠다고 선택했던 것들. 옹졸함. 비겁함. 자기비하. 남탓. 열등감. 온갖 더럽고 질척이는 감정과 자세들.
처세술, 약속, 예절 같은 것. 그런 걸 얘기하기엔 자질들이 부족하지 않나? 그리고 그게 다 뭐라고. 그저 결국 좁은 공간에서 다 같이 붙어있자니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을.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는 모두 매한가지. 없던 편두통이 생겼다. 규칙적인 생활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상 증세. 점점 또 답답해질 것만 같다.
왜 꿈꾸는 대로 살 수 없지.
왜 현실은 꼭 ‘그래야만 하는’ 건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 돈? 굶어죽든 병들어죽든 할까봐서?
이렇게 살아도 죽는 건 똑같은데?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걸까.
왜들 그리 끊임없이 칭얼거리기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