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신호를 받는 나날

목 木

by 하이디 준

그로 인해 괴롭다가도, 다시 날 회복시키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이벤트 덕분인지, 아이 덕분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은 금세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이젠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조금 익숙해졌다. 발차기와 뒤채기로 생명반응, 기분 표현, 혹은 의사소통을 시작한 아이 덕에 나 역시 친밀감을 키우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졌다. 여전히 이름을 정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하나 둘 그와 나의 기댓거리는 늘어간다.


아이가 보여줄 것들,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질 때마다 소중함이 더해져가고, 아이의 얼굴도 궁금해진다. 들려주고 싶은 것들이 줄줄이 생각나기 시작해서, 아이의 모스 부호같은 신호에도 온갖 상상을 덧붙여가며 기호를 파악해보고, 취향을 넘겨짚는다. 정작 아이는 그저 시끄러웠다 말았다일 뿐일지라도. 음식에 대한 것도 미리 많은 맛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고. 뭐, 여행에서의 미식 덕분에 아이의 입맛은 한껏 높아진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드센 발차기나 몸부림이 투정일지라도 귀여워하는 마음이 앞선다. 쪼그만 게, 하며 우스워하는 게 일상이 되어간다. 반복되지 않을, 오롯이 지금에만 가능한 나만의 시간들. 아이가 기운찬만큼 건강하면 좋겠고, 모자람이 없기만을 기원하고,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


무엇보다, 아이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를 빌어본다. 나에게 선물로 내려진 아이의 존재처럼, 이름도 계시처럼 다가오길 바라는 건, 내가 너무 게으른 건가. 머릿속을 아무리 굴려봐야 썩 입에 붙는 단어는 없으니, 역시 책밖에 없는 건가 싶다. 독서 나들이를 계획하는 게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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