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木
물렁물렁하게 반죽된 행복이 이대로 단단히 굳어가기를 믿고 빌어보지만, 스스로의 불행에 가득 찬 이들은 그걸 내버려두지 못하고 쉼없이 손을 뻗어 흠집을 낸다. 아무리 손때를 묻힌들, 자기것이 되지 못하는데도.
즐겁고 신나는 일주일을 보낸 뒤에, 또다시 그와 울부짖고,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가엾고 바보같은 건 그일뿐, 그 이상으로 번져나가지 않는다. 그게 나의 잔인함이고 냉정함이고, 비인간성이고, 그가 끌어안기 너무도 힘들어하는 한 부분이겠지.
하지만 나에겐 그가 안을 수 없는 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쩌면 내가 나로서 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그는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아니, 그 정도도 아니고, 그 부분만 내려놓아 주어도 자신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거라 말하며 흐느꼈다. 나는 그 말조차 믿지 않는다. 나에게 와닿지 못한다. 마음이 저리도록 아프고 그가 더없이 가엾어서 마냥 그를 안고 안기고 싶은 한편으로, 그건 그저 환상일 뿐이라고 나직히 그에게, 그리고 나에게 속삭인다.
나는 그런 사랑을, 인간에게서 바라지 않는다. 그런 환상은 헛되고 헛될 뿐이란걸 너무 많이 깨달았다. 인간은 그런 약속을 지키기엔 너무 나약하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존재에게, 영원이나 모든 걸 바치는 사랑 따위를 요구하는 건 가혹하다.
그보다, 그의 가족과 그를 차치하고, 그냥 날 좀 분리시켜 달라는데도, 그걸 끝없이 불가능한 일로 인지하는 이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더 해야할지. 나를 빼놓고 그와 그의 가족들의 관계가 원만한 것이, 그의 가족들이 행복해지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정말 질려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늪에 대해 생각한다. 끊어내고 씻어내고 잘라내고 태워버리고 싶은, 하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 흔적에 대해. 정이라는 껍질을 뒤집어 쓴 기생충에 대해. 그것을 인간성이라 칭함으로써 나를 비인간, 비정상,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리는 세계와 사람들에 대해.
우울과 절망에 빠질 것 같으면 나는 결벽한 초록빛의 내 파라다이스에 침잠해서, 인형들과 춤을 추고, 정령들의 포옹을 받고, 별들의 노래를 듣는다. 그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그 시공간 속에 어쩌면 이제 내 아이는 들어왔는지도. 다만, 그 아이도 나는 사랑하고, 사랑하다, 언젠가 밖으로 놓아줄거라, 내보내리라 생각한다. 결국 이 낙원은 나만을 위한 것이고, 점차 그 아이에게도 맞지 않을 테니까.
언제나 현실 속을 부유하면서, 틈만 나면 세상과 이어진 끈을 끊어버릴 생각을 하는 나에게, 두번째의 말뚝이 생겨버린 것이, 기쁜지 슬픈지, 확답하기 어렵다. 그냥 둘 다인 거겠지. 그것도 첫번째가 무너져버린 그 시점에 누군가 새로 쿵, 하고 박아버리듯 찾아온 이 아이는, 역시 씁쓸하면서도 상냥한 기적 같다.
나의 쐐기별을 위해서도 울지 않으리라, 절망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나를 구해주러 온 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