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의 몸부림

목 木

by 하이디 준

9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몇 번을 더 울었고, 몇 번은 더 악을 썼는지도. 하지만 그 사이에도 나의 작은 별은 더 이상 작지 않게 되어서, 그간의 설움을 발산하기라도 하는 양 벌써부터 내 뱃가죽이 울리도록 차고 몸부림을 쳐댄다. 그냥 활동적인 것이기를, 내가 전달해 버린 스트레스로 인해 성정이 거칠어져 버린 것이 아니기를 매번 조바심을 내며 빌어본다.


아, 하지만 다 커버린 존재조차 버겁고 헤아리기 힘든 남자 인간을, 0에서부터 키워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벅차고 놀라운 일 투성이일지. 하긴 다 큰 여자 인간들은 간혹 더 가증스럽고 짜증난다는 걸 감안하면 딸이든 아들이든 결국 별 차이는 없어진다.


아이와 아직 정 붙이기엔 이르지만, 그래도 달마다 초음파로 만나며 조금은 닿아보려 노력한다. 아직은 그저 좀 신기하고, 낯설고, 걱정이 태반인 만남이지만. 약간량 정략결혼 같은 느낌에 아직도 살짝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내가 반드시 사랑해야만 하는 상대라는 건데, 과연 그렇게 될까? 반대로 또 이 죄 없는 아이는, 나 같은 부모를 사랑하게 될까.


그는 그 나름으로, 아주 많이 깎아냈다. 나의 불가해함을 애써 끌어안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그가 내 벽에 부딪히도록 만들었다. 일말의 원망과 복수심, 그리고 나 스스로를 보전하려는 본능과 욕망 아래에. 그는 몇 번이고 오류를 거듭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않고 꾸역꾸역 다음 쥐구멍을 찾듯 가시돋힌 나를 더듬었다. 내가 매번 그 접촉에 진절머리를 내듯 반응하는데도.


그리고 간신히, 마침내, 우리 사이에 껴 있던 그의 가족이라는, 또한 내 가족과 내 과거라는 어쩌면 허구적인 개념을 뺄 수 있었다. 물론 그로서는 또 잠시 치워버린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적어도 나는 쉬이 잊지 못하고, 쉬이 용서하지도 않고, 오직 그만이 예외가 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


지금도 사실 그는 이해하기보다 그저 꿀꺽 삼킨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린 다시 서로를 용납할 수 있는 범위와 방법을 찾아냈고, 어쩌면 계속 찾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우리 둘 사이엔 이제 그 유령 같은, 실제나 현재의 존재들과 하등 닮지도 않은 이미지의 거짓 친족들 대신, 진짜 핏덩이 하나가 자리잡을 예정이니까.


모든 게 뒤집히고 끝날 것처럼 굴었지만, 우리는 또 올해의 가을 여행을 간다. 그저 우스운 노릇이지만, 덜커덕거리면서도 삶은 궤도 위를 굴러가고 있다.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없다. 나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


조금 더 맑아지고 싶다. 나를 보살피는 이들을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자주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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