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줄 수 있는 건 나뿐

목 木

by 하이디 준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듯 하지만, 실은 역시 인생은 나선형이어서, 꾸역꾸역 조금씩이나마 원래의 자리에서 비껴나 새로운 구석을 찾아간다. 주말을 또 반은 설렘과 기대와 희망으로, 나머지 반은 절망과 지옥의 고문으로 보낸 뒤에, 머리는 여전히 조금 멍하고 쉼없이 속으로는 빈 시간과 공간마다 저주와 욕으로 채우면서도, 점차 다시금 평온을 되찾아가는 걸 느낀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기억조차 하지 않고, 기다리지도 않고, 연락조차 않는다.


그저 내 몸을 빌린 작고 새로운 존재가 건강하고 무사하기만을, 멍청한 부모들을 둔 죄로 상처입지 않았기만을 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걸 아는 건지, 아니면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 몸이 안정을 찾은 건지, 살짝은 허기가 돌아오고 메슥거림도 거의 사라졌다. 오늘 하루만 그랬던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도 더 이상 몸을 뒤채며 속을 끓일 일은 없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날은 선선하고 가을비로 촉촉히 젖어서 바람이 나무 내음을 물씬 뒤집어쓴 채 들어온다. 그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소리와 향이 감사하다. 끝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내 안의 미친 산발머리의 여자도 다시금 꿈의 존재들이 하나, 둘 다가들어 붙잡고, 끌어안고, 품에 단단히 보듬어준다.


그만. 그만. 이제 그만 놓아도 된다.

미움도 미련도 다 씻어내리면, 다시 웃을 수 있어.


나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곳은 고향 뿐이야.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존재는 꿈의 가족들 뿐이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아.

심장의 시접실을 하나 하나 뜯어내는 것 같은 고통을 더 당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두지 않아.


내 탄생과 내 죽음은 내 것이 아니지만,

내 삶은 오로지 내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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