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둘 22화

많이 아팠어도 면역은 세졌잖아

목 木

by 하이디 준

그에 대해 쌓여가는 불만이나 의심들. 애정과 관심을, 책임을 끝없이 바라는 나. 남편이란 정말 뭘까. 그는 경험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는 그저 묘한 배의 움직임들과 달에 한 번 뿐인 사진만으로 새로운 역할과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혀 실감도 나지 않고,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고, 겁이 날 수도 있을텐데.


호르몬이나 날씨에, 컨디션에 쉽게 좌우되는 기분에 휩쓸려 우울했다가도, 간신히 타로에 의지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타로를 맹신할 수 없다면서도 자신의 예지능력(?!)을 뻐길 만큼 아직 순진하지만, 나에게 타로는 예측이나 답을 주는 것 이상으로, 기묘할 정도로 마음을 정화하고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


나의 타로는 언제나 나의 지옥은 내가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연쇄작용을 끊어내면, 다시 숨이 쉬어지고, 눈에 빛이 든다. 자연스레 몸의 긴장과 피로도 풀어지고, 일어서서 뭔가를 해낼 힘이 생긴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타로가 전해주는 메시지들, 작은 단어들을 징검다리 삼아 뭍으로 건너갈 수 있다.


물론 그것 이상으로, 이젠 쐐기별, 아이의 역할도 크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새롭게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아이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아, 수없이 인간에 상처받고 배신당한다 할지라도, 금세 기운차게 새로운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애정을 표현해주기를 기다리며 애태우고 불행해 하기보다, 내가 끝없이 새로운 대상을, 새로운 존재를 사랑할 능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 거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실은 삶을 살아가는 비밀이란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그게 가시투성이 같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적응력이자 저항력이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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