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둘 23화

이게 연금술이라는 거야, 꼬마야

목 木

by 하이디 준

해리포터 시리즈 게임을 사야할지 꽤 고민했더랬다. 실은 게임 자체를 하지 않은지 좀 되었다. 게임마저 그저 간접체험으로만 만족하는 세상이기도 해서이고, 이것저것 돈들 일이 더 많아져가는 이유도 있고, 내가 점점 더 현실적, 물질적이 되어서, 도무지 디지털 쪼가리에 일정 비용, 일정 시간 이상 투자할 가치를 못 느끼게 된 걸수도 있다. 막상 엘든링 피규어는 금세 또 사버린 걸 보면 완벽히 게임에 흥미를 잃은 건 아니고, 굳이 끌린다면 최근에 영상으로 본 젤다스러운 귀여운 여우 게임 정도랄까.


홍대병이라 할만한 내 취향상, 너무 대중화되고 원작에서도 벗어나 상품화되어버린 시리즈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스타워즈처럼,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자가복제의 함정에 빠져버렸으니까. (그나마 제다이 게임은 잘 나온 편이었지만, 사실 2편을 할지 여부도 조금 애매하다.)


게다가, 해리포터 시리즈는 여러모로 나에게 이미 시즌이 다 지나간, 물이 다 빠져버린 세계다.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없고, 더 이상 지팡이를 휘두르는 마법도 믿지 않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서도 수많은 지팡이를 보며 느낀 건 그닥 매력적일 것도 없고, 미학적 요소조차 부족한 나무 공예품이라는 거였다. 지나치게 냉소적이 된 건가 싶지만, 한편으론 그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물건들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던 시절은 따로 있었고, 그 나름으로 행복했다는 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 족하다는 걸 깨달은 나이랄까. 역시 어릴 때 질리도록 수집을 해본 게, 그걸 허락해 준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나에게 이제 마법이라는 요소는, 전혀 다른 색채와 무게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올바른’ 주문이나 동작이 특정 마법을 구현한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약간량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뭔가 ‘신비한’ 힘은 그런 이론이나 계산으로 잡힐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모든 학문이 책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정점에 이르면 닳고 닳아버린 그 책을 불태우고 밖으로 한 걸음 딛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는 환상보다 삶의, 인생의 구석구석에서 희미하지만 반짝임이 남은 마법의 흔적을 얼핏 엿보고 말아서, 이젠 아이의 환상 놀음이 너무 시시해져 버리고 만 것이다.


특히나, 지금 내 뱃속에 새로이 생겨난 생명체는 뭐라고 설명을 갖다붙인들 내게 경이로움의 빛이 덜해지지는 않아서, 사실상 ‘이것보다 흥미로운 것은 딱히 없는’ 상태라고 할까.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의 ‘유전자와 호르몬 마법’이라고 한들, 뇌가 이 완벽한 시뮬레이션에 푹 절여진 이상, 개발자를 찬양할지언정 의심하며 탈출을 꾀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생각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도, 나름의 환상적인 면이 존재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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