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티비 채널

화 火

by 하이디 준

나는 사랑 얘기를 싫어하는 만큼 내 낡은 수첩엔 사랑 얘기가 한 가득 휘갈겨 있다.

이것들은 아마 그 날 그 날의 장면, 혹은 망상.

하지만 어쩐지 콜라주해놓고 보면

뻔하면서도 보게되는 90년대 드라마 같은 이야기.

가끔은 유행 가사 같아서 짜증나는

귀가 빨개질 것 같은 문장들.

아무리 돌려봐도 그 채널이 그 채널.



[CH.1 : 100분 토론]

“사람들은 흔히 좋아하는 건 선택할 수 있고, 사랑하는 건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하지만 틀렸어. 사실은 정반대야.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어. 내가 보기에 멋지고 예쁘고 반짝거리면 당연히 끌리는거야. 거기엔 선택의 여지도 순간도 없어. 하지만 사랑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지. 내가 봐도 이상하고 무모하고 고통스러운 것. 그런데도 함께 있겠다고 결정하는 거. 그게 선택이지.”



[CH.3 : 다큐멘터리 인간 극장]

“왜, 라는 의문대명사를 붙일 수 없는 단어가 두 가지 있어.

사랑이랑 삶이야. 문법적으로 글러먹었다고.

왜 사랑해? 왜 살아?

이건 성립되지 않는 문장이야. 알겠어?

살아있다는 거, 살아간다는 거, 그게 가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지는 거.

사랑하는 것도 똑같아.

가장 지당하고, 가장 자연스럽고,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것이라서.”



[CH.6 : 이어서 ‘그 사람의 아내’가 방영됩니다 ]

“있잖아. 왜 Like랑 Love라는 두 개의 단어가 있다고 생각해? 당연히 그 두 가지는 다르기 때문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을, 몇 명을 좋아하건 간에, 그건 좋아하는 사람인거지, 어디까지나. 안 그래? 그러니까 꼬마 아가씨, 지금 그 사람이 나에게 자길 소개시켜 줬다는 건, 그렇게 우쭐해할 일 같은 건 아냐.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말야, 나 역시 좋아해줬으면, 내가 그런 예쁘고 잘난 사람을 같이 공유하고 기뻐해줬으면, 하고 데려오는 거야. 일단 자기가 귀여우니까, 이렇게 당돌하니 재밌기도 하니까, 나도 꼬마 아가씨가 좋아. 하지만 말야, 이상한 짐작, 착각 같은 거에 빠져서 아가씨가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해. 슬픔에 젖은 아가씨만큼 또 내 맘을 흔드는 게 없어서 말이지. 나도, 그 사람만큼, 예쁜 아가씨를 좋아하는 편이라!”



[CH.8 : 잠시 광고 보시겠습니다]

향수를 사보면 어떨까. 우울할 때 맡게.

애써 괜찮은 척 하는 것도 어쩐지 억울해졌달까. 그 사람 앞에서.

당신은 별 생각 없이 돌아설 것 같은데.

나는 일부러 씩씩하게 걸어간다고 말하긴 싫을까.



[CH.9 : 하이디가 부릅니다. ‘내 사랑 내 곁에~’]

당신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아도 돼.

날 바라보는 당신 눈에서 알 수 있으니까.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그냥 곁에 있어줘.

눈을 볼 수 없다면, 멀리에서 하는 말 따위 소용없어.



[00 : 오늘 방송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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