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성 드리는 아낙

금 金

by 하이디 준

달님.


밝은 당신의 모습을 보며 밤길에 취해 걸었습니다. 당신이 늘 내 기도에 응답해준다는 걸, 나는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일처럼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멋대로 내 삶이 삭막해져 간다고, 윤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하곤 하지요.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단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설픈 흉내와 막연한 소망만으로 삶의 일부를, 어쩌면 어느 한 순간에 전부가 될지도 모를 그 시간들을 훌쩍 떠나보냅니다. 욕심이나 미련이 없는 건지, 아예 생각이란 게 없는 건지, 스스로 분간조차 못하면서 말입니다.


삶이 계속 이대로 흘러가도 좋은가, 짐짓 의미심장하게 자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게 삶의 전부라는 뻔뻔스런 진실에도 이젠 크게 놀라지 않는 듯합니다. 마법은 없고, 환상도 없고, 운도 없고, 운명도 없습니다. 다만 수많은 말, 말, 말. 타인의 언어, 사물의 언어, 공간의 언어, 그리고 내 안에 자리하는 기묘한 거울의 언어가 있을 따름입니다.


나는 그 언어들이 나를 둘러싸고, 감싸안고, 스치고, 움직이고, 만들고, 변형시킨다는 것을 새삼 아이의 눈으로 놀라 지켜봅니다.


언어에 의해 나는 독특하고 평범하며, 남성적이고 여성적이면서도, 활발하고 차분한 동시에, 한없이 무서우면서 한없이 가녀리고 나약한 존재가 됩니다. 그렇다면 언어만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곧 여태 가질 수 없었던, 삼킬 수 없었던 나를 내 것으로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나는 예전에 그 효력을 모르는 채, 그저 본능처럼 언어로 나를 다뤄왔었지요. 그러나 마치 원리를 알고 나선 더 어려워지는 기술마냥,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간과하고, 의심하고, 어색해했습니다.


내가 다시 그 기술을 예전처럼 다룰 수 있게 될까요?


달님.

당신이 내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동시에 내 존재에 대한 모든 의문을 버리고

하나의 완결점으로 영원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달님, 내가 나의 언어를 완성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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