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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16. 2021

아이들은 왜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걸까?

슬기로운 초등생활

 "3교시는 수학이에요. 수학 책 71쪽 펴세요."

 "수학 몇 쪽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분명히 대답해주었던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질문을 받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어렵게 설명해주었나? 그래서 최대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간단명료하게 의사를 전달하고자 노력도 해 보았다. 그럼에도 똑같은 질문은 메아리처럼 다시금 내게 돌아왔다. 

 "지금 우리가 할 활동은 ~"
 "선생님 뭐 해야 돼요?"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화가 났다. '아니, 이 녀석들 내 이야기 제대로 안 듣는 것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똑같은 질문을 이렇게 금방 한다고?'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다시 해주기도 했고, 도대체 왜 똑같은 질문을 하냐고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다. 똑같은 질문을 들으면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몇몇 눈치 빠른 아이들이 "야 방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실험관찰 21쪽 1번 질문이라고!" 거의 독심술을 쓰듯 나의 속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아이들은 왜 똑같은 질문을 또 하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순간 상황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질문을 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나의 입장이다. 질문을 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또'가 아니라 사실 '처음' 하는 질문이다. 똑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 이유는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순간 집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는 다른 문제에 집중하느라, 혹은 그 무언가에도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사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마다 집중력의 정도는 천지차이여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무언가를 지시하고 질문할 때는 특히 주의집중을 끌 수 있는 유도책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집중 구호, 호명, 침묵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진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번의 경우가 거의 90퍼센트 이상이지만 간혹 2번. 진짜 선생님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아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교실 맨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에게서 나타난다. 교실이 시끌벅적할 때, 또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작아서 학생에게 잘 들리지 않는 경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이야기가 모든 학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차분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든지, 교사가 교실의 어떠한 소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보이스를 갖든지 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전자가 후자보다 덜 힘들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 확인(관심)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3번은 저학년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유인데, 소위 말하는 '관심받고 싶어서'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하는 경우다. 자신이 말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1번과 3번을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이제는 3번의 경우로 질문을 받는 순간, 아이의 마음을 딱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똑같은 질문이 백번, 천번 들어오더라도 성실히 이야기해주는게 교사의 일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딱히 반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몇 초도 안 지나서 똑같은 이야기를 또 해주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유를 모르고 답을 내주는 것 보다, 이유라도 알고 답을 해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아 아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또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내일 출근하면 또 어떤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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