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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06. 2022

입시의 판을 읽자

학생부는 잘 읽는 것보다 잘 만드는 것이 먼저


큰아이는 2006년생, 재수 없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25학번'이 됩니다.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된 03년생의 출생자수 493,658명 비하면 약 44,000명 정도가 적은 수입니다. 통계청에 들어가 연도별 출생아 수를 찾아봤습니다. 07년생의 출생자수가 03년생 보다 약간 높네요. 06년생은 절대 재수하면 안 되겠습니다. 07년생 또한 06년생의 재수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는 정시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재수생이 정시에 강세다 보니 07년생 또한 06년의 재수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갑니다. 이렇게 학생수는 07년에 잠시 올라갔다가 그 후로는 계속 떨어집니다. 밀레니엄 베이비, 00년생이 64만 명에 가까운 출생아 수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었죠.




저의 글 '잘하는 것 하나가 첫발이다'에서 중학교 학부모님들께 모르면 불안하고, 그러다 보면 자녀를 닦달하게 되니 지금부터라도 진학과 입시에 대한 판을 읽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학생 수 감소는 입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고등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들면 내신 등급별 학생 수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1학년의 학생수가 300명인 학교에서 내신 1등급은 12명(4%), 하지만 200명인 학교는 8명에 불과하죠. 수능 등급별 인원 또한 이런 식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수능 최저를 충족해야 하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에 수시로 지원할 경우 수능 최저 등급까지 맞출 수 있는 학생의 수도 적어지는 것입니다. 대학들이 학종의 수능 최저 조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자녀의 입시는 좀 수월해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내 아이가 대학을 갈 때는 언제나, 늘, 최고로, 가장 어렵습니다. 우선 부모도 당해 입시는 처음이고, 해마다 입시의 모집 인원과 전형은 달라지며, 우리 아이의 성적은 끝까지 출렁일테니 말이죠.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날 때는 자신의 변화를 꼼꼼히 기록하라고 당부합니다.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생기부라고도 함)는 너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만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뒷받침해 줄 스토리와 변화의 동기는 오직 너만 알고 있는 데이터이다 하고 말이죠. 남은 모르고 나만 아는 것을 남도 알게 하는 것이 '자소서'이고 '면접'이다 하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대입 공정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자소서는 축소되었고, 그마저도 현 고2가 대학을 가는 2024학년도부터는 자소서가 아예 폐지됩니다. 자소서가 없어지는 것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저는 그저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자신의 잠재력, 인성, 강점 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자소서만 폐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부에서 방과 후 활동, 영재 발명교육 실적, 자율동아리, 청소년 단체 활동, 소논문, 봉사활동 특기사항 및 개인 봉사 실적, 진로희망 분야, 수상 경력, 독서활동이 모두 반영이 되지 않거나 아예 기재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1. 교과 학습발달 상황 : 교과 내신 +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일명 세특)

해당 교과의 수업을 맡은 선생님이 학생의 태도, 적극성, 발표, 수행 과제 등을 종합하여 관찰하고, 작성하는 것으로 매우, 아주 매우 중요한 평가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학생이 하지도 않은 것을 기재해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적극성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혹시 잘못 기재되거나 누락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기록과 비교하여 확인하고, 선생님께 어필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독서 활동의 미반영으로 교과 선생님은 해당 교과의 독서 활동을 녹여서 작성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따라서 자신의 활동을 평소 잘 기록하고, 해당 교과의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2.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의 경우 과거에는 1,000까지 기재할 수 있었으나 이미 2022학년도부터 글자 수가 대폭 줄어 500자까지만 기재할 수 있습니다. 주로 교 및 학급 임원, 수련 활동, 교내 행사와 교육 참여에  기록됩니다. 따라서 이 중에서 본인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을 반드시 자세하게 따로 기록해 놓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동아리 활동의 경우 자율동아리는 미반영되고, 청소년 단체 활동이나 소논문도 기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소서 컨설팅을 했던 학생 중에는 갑자기 진로가 바뀌어서 3학년 때 자율동아리를 만들고 1년간 활동한 내용과 결과물로 자소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제한이 없던 자율동아리가 2022학년도부터 연간 1개, 30자 기재로 제한이 생기더니 그마저도 2024학년도에는 반영이 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따라서 교내 정규 동아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한 큰아이는 지금 동아리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슨 동아리에 들어가느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가면 참 다행이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동아리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진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동아리라 할지라도 앞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연결지어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관심이 없던 분야로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기록해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로활동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체험 활동과 참여한 특강 및 캠프 등이 기재됩니다. 특히 진로와 관련된 독서가 해당란에 기재될 수 있으므로 전공에 대한 깊은 탐색 및 적극성 등이 반영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동아리가 진로와 깊은 연관이 있다면 역시 해당란에 자세하게 기재가 가능하며, 멘토링이나 교내 진로활동도 기재되므로 동아리가 진로와 관련이 없다면 교내 진로활동만큼은 잘 선별해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봉사활동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포함되어 있어서 살짝 언급만 하고 넘어갑니다. 학생부에 기재는 되지만 특기사항은 기재할 수 없게 되었고, 개인 봉사 실적도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교내 봉사 실적만이 입시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입시의 변별 요소로 작용하기는 어렵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3.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일명 행특)

담임선생님이 전적으로 기술하십니다. 자소서가 없어졌기 때문에 학생의 인성과 태도에 대한 부분을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평가요소입니다. 담임선생님은 평소 자기 반 학생을 꾸준히 관찰하고, 장점을 위주로 작성하려고 노력하지만 학생이 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꾸며서 기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학생들에게는 선생님과의 상담을 잘 이용해 보라고 말합니다. 남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것을 상담 때 잘 어필해 보는 것도 방법이고, 혹시 진로가 변경되었다면 그 이유를 자세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세특의 부족한 부분(글자 수 제한으로)을 추가하거나 강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학교에서의 부모는 담임선생님입니다. 따라서 학생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십니다. 모르면 반영을 못해주지만, 알고도 무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자녀 담임선생님과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면서 대화를 자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밖의 출결이 있지만 미인정 결석이나 납득이 어려운 지각, 결과만 아니라면 이 부분에서 감을 받는 학생은 드물 거라 생각합니다.




입시가 복잡해졌다, 어렵다 하더라도 입시 변화의 판을 읽으면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09년생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년에는 또 한 번 큰 입시의 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교육과 입시의 변화가 산업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보기에는 그 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가 늘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렇게라도 입시의 판을 읽자고 강조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그 변화의 바람에 누군가는 편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람의 방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학교생활을 세세히 기록하세요. 그리고 그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것, 큰 변화와 성장을 찾아보세요. 학생부를 읽는 것은 1년에 한 번이면 됩니다. 잘 읽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성실히 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한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읽어보기>

'꼴찌가 1등처럼 살아보기'를 시청하고

https://brunch.co.kr/@minhyealakoko/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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