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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ug 11. 2022

철학과는 겨우 38개

말로만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우리나라


죽음을 자꾸 떠올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
나는 왜 태어났을까?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
내가 태어나기 전 난 어디에서 무엇으로 있었을까?


철학적인 질문들인가요? 작은 아이가 사춘기 들어 자주 하는 말들입니다. 쉽게 답해줄 수 없는 저 질문들은 어떨 땐 매우 철학적일 때도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 인생의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는 철학. 아시는 것처럼 철학과는 우주, 자연, 사회, 인간을 탐구의 대상으로 선현들의 사상을 연구하고 바람직한 인간상과 세계관을 모색하는 학문을 배우고 가르치고 탐구하는 학과입니다.


69년 전통을 이어온 동국대 철학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철학과 학생들이 반발하며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는 기사였죠. 비단 동국대만이 아닙니다. 경남대는 2014년부터 철학과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고, 한남대는 같은 해 철학과를 없애고 철학상담학과로 바뀌더니 그마저도 없어졌습니다. 대진대는 2016년 철학과와 사학과를 역사·문화콘텐츠학과로 통폐합해 버렸죠.


우리가 수없이 인용하는 소크라테스의 '지행합일'이니 플라톤의 '유토피아'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 등을 솰라솰라 하면 꽤나 있어 보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모두 철학자였습니다.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에서 시작한 철학은 자연과 인간의 사상을 연구하면서 그 체계를 잡아갔죠. 아우구스티누스는 경험과 반성을 철학의 소재로 삼았던 성찰의 사상가였고, 근대 철학의 비조 데카르트는 인간 스스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해서 덕분에 사유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었죠. 그래서 나온 말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닙니까. 칸트, 헤겔, 니체... 이름은 너무 익숙하지만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내용들을 저는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처음 배웠습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관해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기회일 수 있었다는 것을요.


철학 안에는 제법 다양한 분야가 존재합니다. 역사철학, 교육철학, 종교철학, 문화철학, 예술철학... 하지만 뿌리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의 기초, 철학사에 대한 이해, 현대 철학의 여러 사조를 섭렵해야만 비로소 앞에 열거한 분야들을 자신에게 맞는 방법론으로 하나의 주제에 깊이 파고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흔히들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떠벌리지만 대학들은 철학과의 수를 점차 줄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들어가서 '컴퓨터'라는 키워드로 학과 검색을 하면 총 547건이 검색됩니다(물론 유사학과 포함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철학'을 검색한 결과는 겨우 38건에 불과합니다(이 또한 유사학과 포함입니다). 실용 학문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소위 취업률로 학교를 길이 빛낼 학과가 아니어서일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고, 사색하고, 토론하는 철학이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학문이 아니라서 가르치기 쉽지 않기 때문일까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철학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는 현실은 참 가슴 아픕니다.

출처 : 메이저맵


덧 1. 메이저맵(https://www.majormap.net/)은 제가 학생들에게 꼭 들어가서 살펴보라는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열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전공에 대한 커리큘럼을 워드 클라우드 형태로 간명하게 보여주고, 계열별로 인접학과를 그물맵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목표 대학을 정해놓은 친구들의 경우 인접학과로의 진로 변경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덧 2. 서강대는 대표 예시로 필자와 무관하며... 메이저맵 또한 마찬가지이니 오해 길 바랍니다. 다만 정보 검색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와 학생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미지 올립니다.


출처: 메이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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