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기도에 위치한 Y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4년째 같은 학교의 고3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강의를 의뢰받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분석과 자소서 특강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생기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의 전형별 모집 인원의 변화와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학년이라고 하나 본인에게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내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에 따라 요구되는 '반영 교과'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등은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지 않으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작년과 비교해 올해 두드러지게 달라지는 입시의 변화를 학생들이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정시(수능 점수로 대학을 진학하는)가 40% 혹은 그 이상 늘어난다'라는 언론의 발표가 나에게는 잘못된 정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의를 가는 Y 고등학교의 경우 비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수시에 초점을 맞춥니다. 수시의 경우 작년과 비교하면 비수도권의 대학이 수도권 대학보다 8,600명가량 더 선발하기 때문에 사실 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발표가 나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되는 것이죠.
수시는 크게 '학생부 종합 전형'과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논술, 실기 적성 등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의 대학에 따라 모집인원이 매우 상이합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학생부 종합 전형'의 모집인원이 '학생부 교과 전형'의 모집인원보다 약 18% 더 많지만,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는 반대로 '학생부 교과 전형'의 모집인원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비해 약 3배 더 많기 때문에 비교과 활동보다는 남은 1학기의 내신 성적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입시 준비는 전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학생부 교과 전형'의 경우 교과 성적 100%를 반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교과와 서류를 함께 보는 학교도 있고, 거기에 면접까지 보는 학교도 있습니다. 일례로 경희대의 경우 올해 전형명이 '고교 인재 전형'에서 '지역 균형'으로 바뀌었고, 작년엔 교과 100% 반영이었는데 올해는 교과와 서류를 7:3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건국대의 경우 작년에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었지만 올해는 없어진 것 등이 대표적인 변화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예시에 불과합니다. 모든 대학을 제가 이렇게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는 망원경을 갖고 올해 입시의 큰 변화와 흐름만 보여주는 정도이고, 현미경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결국 학생과 부모님의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입시의 변화를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하는 작업입니다. 나의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이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잘 갖추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정에서 부모님은 대학별 입학처에 들어가 '전공 가이드북'이나 '학생부 종합전형 가이드북'을 다운 받아서 자녀가 관심 있어하는 학과를 함께 찾아보고, 이야기 나눠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 유사 학과와의 차이점을 알면 나중에 전략적으로 학과를 변경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은 이후 전형을 결정하고,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 치러질 3월 모의고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과치를 바탕으로 자신을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6월 모의고사 점수를 토대로 전형을 결정해 보세요. 6월과 9월에 있는 모의고사는 수능 출제와 같은 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올해가 마지막 자소서 특강이 될 것 같네요. 내년부터는 자소서 자체가 사라지니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강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시험이 선발의 도구로 기능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지만 학생들만큼은 자신을 점검하는 도구로 현명하게 활용하길 당부합니다. 부모님은 자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시고, 자녀와 함께 상의하세요. 묻고, 관찰하고, 확인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해답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