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라코알라 Mar 21. 2022

학부모 총회를 마친 후

중학교와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나는 외고 신입생의 엄마입니다 5

요즘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 총회가 한창입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평일 종례 후에 학부모 총회가 열리다 보니 맞벌이 부모의 경우 참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 시즌이 되면 참석을 못하는 부모의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학부모 총회가 열리면서 최근 2년간의 참석률은 전과 비교하면 조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에게 이번 총회 공식적인 학교의 첫 방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중학교 학부모 총회와 비교하면 참석률과 열기가 남달랐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씨에도 대다수의 학부모가 참석했으니까요. 담임선생님과의 첫 대면이기도 하고, 전공어 별로 3년간 함께 소통하게 될 학부모를 만나는 첫 친교의 장이기도 하고, 게다가 교내 행사와 학사 일정 등을 꼼꼼히 챙기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엄마, 아빠가 동석한 경우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모든 학부모 총회가 그렇듯 교장 선생님의 인사 말씀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방향과 온도는 중학교 때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22학년도 최종 입결을 시작으로 입시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신과 세특부터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독서의 중요성까지 모든 설명들이 2년 5개월 뒤에 치러질 수시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학부모 총회에 오니 고등학교의 치열하고도 광적인 전개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담임선생님은 입시만큼이나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에 들어가면 담임도 없고, 인성 지도를 해주는 어른도 만나기 힘들 테니 10대의 마지막 3년을 잘 수양해서 인성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이 참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와 일정도 촘촘한데 거기에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기말고사까지 들어차 있는 연간 계획표를 확인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습니다. 아이들이 과연 이 많은 것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또 결시생의 인정점 부여와 성적 처리 방식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공어 반이 한 반이다 보니 동점자가 나올 경우 1등급이 나오지 않을 거라며, 이것은 학생들에게도 손해일 테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각별히 평가(전공어 회화 수행 평가에서 우열을 가릴 거라고 예고)에 힘을 쏟을 거라는 설명을 들을 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위로인지 위협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폐지된 대학도 많지만, 상위권 대학들 중에는 완화되었을 뿐 여전히 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난 후, 학부모들의 불안과 긴장이 확 높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럴 때일수록 멀리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3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인 것은 맞지만, 최선을 다해 하루를 이틀처럼 바쁘게 지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3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우선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수행평가는 기한 내 제출하고, 수업 후 복습을 생활화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나간다면 3년의 시간을 지치지 않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기 초에는 도움을 주고받을 같은 반 친구들과 유대감을 쌓고, 자신의 학업 습관과 패턴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채울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모의고사 점수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점수의 좋고 나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모니터링과 성찰의 도구로 시험 점수를 활용한다면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학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니까요.




항해사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 기상과 해류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좌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 지점을 향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항해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항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자신의 좌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가장 가까운 성취 목표를 세우고,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계획하여 실행에 옮기면서 스스로 조절해 나갈 수 있도록 부모는 여유를 갖고 지켜봐 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 것입니다.


<함께 읽어보기>

시간은 양보다 질, 수업의 중요성

https://brunch.co.kr/@minhyealakoko/25

시험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https://brunch.co.kr/@minhyealakoko/38


이전 05화 중3의 끝자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