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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굴 Jan 08. 2021

주식 안 한다고 한심하게 보지 말아요

주식,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2




주식을 하게 되면, 다른 인간적인 요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단순히 쏟아붓는 시간의 양 말고도, 정신적인 측면의 관심도에서 주식이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기에 멀티태스킹에는 한계가 있다.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당연히 제한적이다.


주식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게다가 변동성도 크다. 

그래서 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주식창을 보지 않는 건 정말 어렵다. 

주변 사람들을 보았을 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개그에 웃다가도, 핸드폰을 열고 주식을 확인한다. 당장 나의 재산이 하루에도 몇백, 몇천, 혹은 그 이상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신경 안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괜히 존버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존나가 붙었다는 것은 그만큼 무진장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느 한 곳에 신경이 이렇게나 쏠리면, 당연히 다른 부분들에는 소홀하게 된다.

일상의 일어나는 모든 일들, 정치, 뉴스, 과학, 경제 이 모든 것을 오로지 주식과 연관 지어서만 생각한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주식, 범죄가 일어나도 주식, 정치도 주식, 해외 대통령도 주식이다.......)



주식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변인들이 점점 바보로 보인다.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식을 하는 스스로가 우월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은 뒤쳐져 있고, 나는 앞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식만이 인간의 성취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되고, 다른 인간적인 요소에 둔감해지게 된다.   



이건 돈을 잃는 것보다 내가 더 두려워하는 일이다. 돈을 버는 데에만 몰두해서 인간미가 부족해지는 것.  

내 가족, 내 연인, 친구들, 책이나 영화 같은 문화생활, 운동에 관심 가지기에도 벅차다. 

난 내가 가치를 둔 것들에 쓰고 싶은 관심을, 돈이 빼앗아 가는 것이 정말 싫다. 어떤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 '어떤 주식이 오를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어떤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지'를 먼저 생각하고 싶다. 돈을 버는 기계가 되고 싶진 않다. 



목적이었던 행복은 오히려 더 멀어진다.  

내가 사람보다 돈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하는 순간, 내 안의 인간적인 마음은 조금씩 작아지게 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행복에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행복을 위해 돈을 얻고 인간미를 잃는 것, 이는 미국이라는 목적지를 위해 차를 얻고 전용 비행기를 버리는 것이다. 훨씬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이다.  






무조건 주식을 하면 불행해진다? 그걸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주식 자체를 매우 즐기면서 돈을 벌고 안 벌고를 떠나서 그냥 그 자체에 재미와 매력을 느끼고 활력을 느낀다면 나는 주식을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꼭 돈이 아니더라도 그 이상의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본인이 주식에 쏟는 시간과 관심을 적절히 절제할 수 있다면, 주식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나 같은 소심한 타입의 사람은, 그게 안 된다.

주식을 하면 내가 쏟아부은 시간 더하기 그 이상의 모든 정신을 주식에 홀리게 된다.

나는 부처가 아니다. 해탈하지 못하고 자나 깨나 주식 생각만 하면서 마음 편히 있지를 못할 것이다.

행복하려고 주식했는데, 오히려 불행해지는 역효과를 나타낸다. 번뇌만 가득해진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주식을 해서 플러스가 되는 건 절대 아니란 말이다. 







또 한 가지, 주식을 하게 되면 많은 경우 ‘주식 우선 주의’에 빠지게 된다.

짧은 시간에 주식이 오른다. 기분이 좋다. 이거 몇 백만 원 주식 잘 오르면 하루면 버는 돈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실제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대해 현타가 온다.


그렇다고 그 일을 관둘 순 없으니 또 계속 꾸역꾸역 다닌다. 하지만 이렇게 일해 봤자 뭐하나 라는 생각은 마치 기생충과 같다. 한 번 머리에 떠오른 순간부터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사회, 혹은 어떤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일을 해내고 성과를 보이는 것. 

사회에서의 어른으로서 돈을 벌어 내 한 몸을 건사할 수 있다. 그 마음에서 오는 사회적 존재감이 없어진다.


보통 주 40시간 이상으로,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결국 내 삶의 전체적인 만족도도 함께 떨어진다. 일하는 시간이 괴로워 지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괴로워지면, 이 직업을 얻기 위한 나의 삶의 가치도 빛이 바랜다. 

나의 과거의 노력은 모두 허무한 것이 된다. 과거와 현재의 대다수의 시간의 가치가 없어져버린다. 삶이 허무하다.






이렇게 잃는 것이 많은데, 돈을 버는 것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단순히 시간뿐만 아니라, 내 모든 정신적인 관심을 다 쏟아부어야 하고,

그로 인해 내가 소중히 여기던 다른 부분들을 놓치게 되며,

나의 본업의 일에 대한 만족도도 낮추어가면서까지 돈을 정말 많~~~~~~~~~이 벌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봐도, 내가 생각했을 때 연 10% 수익률을 올리면 진짜 잘 번 것이다.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에야, 내가 빚져서까지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생각해봤을 때 시드머니는 1억 정도이다. 


그런 경우 연 10% 수익률이라면 1000만 원이다. 절대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말한 저 금액은 빚을 져서 가능한 금액이다. 그러니 이자 3% (매우 낮게 잡았다)를 떼면 한 700만 원 정도가 된다. 

여전히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월별 수익으로 나눠서 계산해보면 700/12으로 월 58만 원 정도가 된다.



월 58만 원에 대해서는 아마 많은 사람들의 가치 판단이 들어갈 것 같다.

조금 더 따져보자. 내가 퇴근 후 1시간 정도 주식 관련 유튜브, 기사, 커뮤니티를 보고, 1시간 정도 계좌를 들어가 보는 데 시간을 쓴다고 가정하고 하루 2시간, 한 달 20일 (주말 제외) 하면 총 40시간이다.



그럼 시급으로 따졌을 시 58/40으로 14500원이다. 2020년도 기준 최저시급은 8590원이다.

일단 내가 40시간의 시간을 돈을 벌기 위해 보냈다면 최소 343,600원은 벌어야 한다는 거다.

그럼 노동이 아닌 주식을 통해 번 추가적인 수익은 월 236,400원이 된다.



월 24만 원 정도 되는 돈을 벌기 위해 퇴근 후 나의 정말 소중한 시간과 노력과 관심과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도 시드머니 1억에 수익률이 10%에 육박했을 때의 일이라는 거다. 

수익률이 이것보다 낮거나 시드머니가 더 적다면……?

무려 잃기까지 하는 경우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을 했는데 도리어 돈을 떼인 것과 같다. 시간은 돈이니, 이중으로 돈을 잃은 셈이다.  



그러면 이게 정말 수지 타산이 맞는 재테크가 맞을까?

아무것도 안 하면 돈을 0원 벌긴 하겠지만 들어간 시간과 노력 대비 가성비가 좋은지는 난 도저히 잘 모르겠다. 아 아무것도 안 하면 예금 이자만큼은 벌 수 있으니 0원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그것이다, 나는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거의 최대치인 월 24만 원을 위해 모든 시간과 신경과 노력을 기울여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 




 


퇴근 후의 내 자유 시간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일을 하면서 보내는 동안 없어져가는 나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다시 또 일상을 보낼 힘을 얻어나가는 시간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이미 충분히 희생했고 한계치에 이르렀으니, 그 이상은 희생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니 주식을 하는 것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하지 않는 다고 해서 아주 마음 불편해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남에게 주식을 강요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 사람의 가장 귀중한 시간을 내 멋대로 다른 것과 치환하는 것이 좋다고 강요할 순 없다. 




주식을 하는 것 대신에 일을 한 이후의 그 시간을 충분히 알차고 충만하게 행복하게 보냈다면,

그것은 수익률 그 이상의 값어치를 이미 한 셈이다.

 

돈을 벌어서 뭐 하겠는가 결국 행복을 사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시간 -> 주식 -> 돈 -> 행복이라는 복잡한 단계 대신

시간 -> 행복으로 좀 더 단순한 길을 택하련다.




그러니 당신도, 주식을 안 한다고 너무 마음 불안해하지 말자.

주식을 안 해서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손해가 맞다.

하지만, 그 돈을 써서 얻고 싶었던 행복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면 그럼 남는 투자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한 재테크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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