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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굴 Jan 08. 2021

주식 안 한다고 바보 취급은 하지 말아요

주식,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 1

그리고 왠지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상이 된다.

주식을 하게 되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돈을 버는 데 쓰게 된다.

자신의 수명의 대부분을 돈을 버는 데 써 버린다면, 사실 수명을 돈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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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안 한다고 바보 취급은 하지 말아요

일단 나는 주식을 안 한다.

누구를 만나던지, 요즘은 주식 이야기를 참 자주 듣는다.

너는 주식 안 해?라는 말에 '안 한다'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참 세상 물정 모르고 산다’는 표정을 짓는다.

겉으로 감춰지지 않는 한심하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이면서.

아니 내 돈으로 내가 안 하겠다는데, 왜 세상에서 곧 낙오되어 멸종될 것 같은 한심한 사람이 되는 걸까.

게다가 더 불편한 것은, 그런 시선들을 마주하면서 내 마음도 조금씩 불안해진다는 거다.

주식을 하란 말은 정말 널리고 널렸다.

사실 나는 주식 싫고 주식 도박이고 주식 최악이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은 기업에 대한 투자이고 재산 증식 및 분배의 방식이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존중한다.

다만, 분명히 주식이라는 재테크를 안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고, 그 사람 마음 좀 편하게 놔두면 안 되냐는 거다.

내가 주식을 안 하는 것은 단순히 주식에 돈을 걸었다가 패망할까 봐 안 하는 것도 물론 조금은 있지만, 꼭 그러한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안 하는 이유가 있단 말이다.

이 근거들은 어떠한 과학적, 통계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나의 사고방식 안에서는 이해가 되는 논리들이다.

일단, 첫 물음의 시작부터 해보자. 도대체 주식을 왜 하는 걸까?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렇다. 단순히 노동으로만 돈을 벌어서 받는 급여로는 집도 사기 힘들고 앞으로 노후 대비도 하기 어렵다. 아무튼 어쨌건 저쨌건 살아가기 힘들다.

돈은 풀리고 은행의 금리는 낮아진다. 돈을 모아만 두게 되면 아무런 쓸모도 없이 화폐가치는 낮아질 뿐이다.

돈이 돈을 벌게 만들어야 하고 내가 스스로 노동으로만 돈을 버는 것은 미래의 답이 없다.

그래서 주식을 통해, 내가 모아놓은 소자본인 시드머니로 돈이 돈을 벌게 만든다.

결국 더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여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자, 이 모든 것에 나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일단 주식의 중간 목표는 돈, 그리고 최종 목적지는 행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식을 안 하는 이유도 행복이라는 것이다.

주식은 불확정성을 가진다.

주식을 사기만 하면 모두 다 100%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주식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금융계 사람들도 돈을 마구 마구 벌지 못 한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내가 금융업계 종사자보다 주식을 더 잘할 확률은 분명히 더 낮다. 단타로 잠깐 더 수익을 올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매우 확실하게 그럴 확률은 낮다.

자 그러면 그것을 다 감안하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돈을 벌 수 있으니 주식을 해야 할까.

전업투자자가 아닌 재테크로 주식을 하는 경우, 보통은 본업이 있다.

보통 본업에서는 나의 시간, 노력 (+영혼, 피땀 눈물 등등)을 쓰고 돈을 받는다.

주 40시간 근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야근이나 주말근무 등으로 그 시간을 칼같이 지켜서 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하루의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7시간과 점심 저녁밥을 먹는데 들어가는 2시간을 제외하고의 15시간 중 10 시간을 돈을 벌기 위해 썼다. 나머지 5시간만이 나의 자유시간이다.

하지만 일을 해본 모든 사람은 알 것이다.

퇴근을 하고 나면 너무 기진맥진해진다. 그래서 오로지 그 소진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만도 1-2시간은 필요하다.

자 그러면 벌써 나의 삶의 80%의 시간을 일하는 데, 그리고 일을 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휴식을 위해 썼다.

왜냐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이미 평일의 내 삶의 한계치까지 쓰고 있다고 생각되며, 더 일을 하라고 하면 내 삶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서 주식을 더 하는 것만이 진짜 답일까?

퇴근하고 나서 까지 주식을 하게 되면 진짜 내 삶은 오로지 ‘돈’만 벌면서 살아가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미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퇴근을 하고 나서 또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삶의 80%가 돈을 버는 일 +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시간을 쓰면 삶의 90% 이상을 돈을 버는 데 써야 한다.

돈을 쓰는 시간은 매우 짧은 데, 그에 반해 오로지 버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데 그것을 자발적으로 또 주식에 쓰라고 하는 것은 내 삶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시켰으면 돈 벌기 위해 태어난 노예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자발적인(척하는) 노예이다.

노예는 해가 지면 일이라도 쉬었다. 지금 현대 노예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며 늙어가다가 나이 들고 병든 상태가 되어서야 드디어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을 줄이거나 멈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왠지 그다지 마음이 풍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건강과 젊음을 잃었기 때문에.

분명 돈을 버는 목적은 행복을 위해서였다. 혹은 노후의 안정을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현재 내 삶에서는 가장 젊고 건강한 상태인 ‘시간’이라는 자원을 나이 들었을 때의 ‘돈’으로 맞바꾸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시절의 시간 -> 돈 -> 노후의 행복

그런데, 정말 나이가 들면 어떤 것이 가장 소중할까?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돈일까?

젊어질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젊은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아마 전재산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부자여도 돈으로 젊은 시절의 시간은 절.대.로. 살 수 없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희생한 걸까.

돈을 벌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이미 충분히 돈을 버느라 시간을 너무나 많이 쓰고 있는 데, 거기서 더 쓰기 아깝다는 것이다.

돈은 행복을 위해서인데, 아마 행복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돈은 무언가와 바꿔야지만 가치가 있다. 아무것과도 바꿀 수 없다면 그 돈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돈을 내가 '무엇'과 바꾸기 위해 벌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라는 자원은 인간의 삶, 생명과 연관되어 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개인이 가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돈 보다 소중한 건 목숨이라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에는 다들 무감각하다.

인타임이라는 영화를 보면 삶에 필요한 것을 자신의 수명이 되는 시간으로 계산한다. 수명이 곧 돈인 것이다. 이는 정말 비인간적으로 보이며 이런 세계는 매우 디스토피아이다. 그러나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