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 관한 나의 생각

그 전에도 알았지만 지나면 더 잘 알게 되는

by 김호정

투자=투기꾼 이라는 인식이 많아졌다. 부모님과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부담주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아보려고 하는 노력이 폄하된다니 좀 애석하다. 하지만 이번 상승장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었고 그만큼 똑똑해졌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저 멀리 가있을 것이다.


두번째 집을 매수하고 나서 집값의 10%를 계약금으로 보낸다. 그리고 전세를 내놓았다. 잔금일자를 우리가 임의로 정해서 매도자께 말씀드렸는데 좋다고 하셨다. 잔금일자가 최종 도장찍는 날이다!


우여곡절끝에 세입자분을 모셨다. 그 분들과 전세계약서를 쓰면서 전세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받고 세입자분들과도 잔금일자를 매도자와 정한 날과 같은 날로 알려드렸다. 순조롭게 오케이 하셨다.



잔금날이 되었다. 계약을 한 날은 1월이었고, 잔금날은 4월초였다. 남편과 나는 휴가를 냈고 명목상 봄이지만 좀 서늘했고 마음은 초크초크했다. 잔금하러 가는 길에 네이버부동산을 검색해보니 그 사이에 4천만원 정도 올라있었다. 좋았다. 다소 차가운 아우라의 매도자를 뵈니 마음이 좀 쫄았지만 무사히 잔금이 종료되었다. 법무사님도 오셔서 교통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셨다.


공시지가는 9960만원.

"기가막히네요. 수석하셨어요."

법무사님의 말씀이셨다.


모든 일정을 성황리에 마치고 부동산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 뒤 우리는 이제 우리 집이 된 집을 가까이가서 보고 또 보고나서, 남편이 말했다.

"더현대서울 갈래? 여기서 가면 우리집에서 가는 것보단 가까우니까."

헐.... 더현대서울? 너 내 남편 맞니?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게 프리미엄아울렛 가는거랑 백화점 가는건데.. 백화점을, 게다가 신상백화점을 가자는 얘기를 먼저 하다니. '더현대서울' 이 뭔 줄은 아는건가.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오래 살아야 돼. 오래 삽시다.



나는 '예의상 거절'같은거 절대 안하기에 즉시 고고! 했다. 우리는 단둘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등 나름 데이트를 했다. 대출끼고 1억짜리 1층 전셋집에서 시작한 신혼시절부터 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홧김에 집을 사고 그 집에서 안정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해온 날들이 머릿속에서 주욱 흘러갔다.


월급빼고 다 오른다곤 하지만 그 사이에 월급도 안올랐던 것은 아니었고 부업으로 하는 일도 판매채널을 늘리자 수익이 생겨나고 있었다. 월급만큼은 아니지만. 부업 덕분에 이런 일을 저지를 용기도 생겼던 거다. 좋구나. 좋았다.



꼭 이렇지만도 않은 경우가 가아아아아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산이 늘어난 만큼 빚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산이 늘긴 했는데 빚도 늘어나다보니 우리의 월급은 비슷한 수준인데 원천징수되는 이자상환액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 들어오는 돈의 합은 거의 비슷한데 내보내야 하는 돈이 더 많아졌다.


흔히 '부자'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막 샤넬매장에 가서 가방이든 장신구를 사고 맘에 안들면 교환하거나 환불하는게 아니고 그냥 다른 걸 살 수 있는 용기? 능력?이 있는 것을 부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쓸 수 있는 돈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것. 근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자산은 커졌을지 몰라도 돈을 아파트에 묻고 나머지 돈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게 그러니까, 자산은 커졌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다는 얘기다.

내 돈 어디갔지...




유튜브에 나오는 부자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고 중요한 만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일일텐데 부자되는 방법을 막 알려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그것도 공짜로.

왜 알려주지?

이미 부자인데.. 왜 그렇게 유튜브와 강연을 열심히 하는거지?


놀아본 사람들이 잘 논다고, 돈을 벌고 모아서 더 크게 벌어 본 사람이라면 더 벌 궁리를 하는 게 쓸 궁리를 하는 것보다 쉬울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집 처럼 자산은 늘었으나 월 마다 드는 돈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면 이자를 메꾸기 위해 유튜브나 강연이 절실한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내 이름으로 등기를 쳤다고 내 소유가 아니고, 그게 정말 내 소유가 되기 까지는 내가 지금껏 피땀으로 모은 돈과 앞으로 벌게 될 돈까지도 볼모삼는 것이었다. 대출은 고마운 것이지만 내가 꾸준하고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지, 사실 그러려고 실행시킨 대출인데 '제발 대출이 잘 나와야 할텐데' 하며 조마조마했던 마음에 비해 대출의 무게는 무겁고 버겁다.

사실, 버거우면 팔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다.

부동산은 옷이나 컴퓨터가 아니라서, 옷이나 컴퓨터도 맘에 안들면 교환이나 환불을 할지 당근에 팔지 꽤 고민하게 되는데 하물며 부동산은, 지금 매매추세가 어떤지 부터 해서 세금까지 따지다보면 섣불리 파는 쪽으로의 결정이 어렵다.


돈을 모으는데도 시간이 걸리듯이 돈이 불어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돈이 돈끼리 친해지고 더 많은 돈과 사귀어서 큰 덩어리로 나에게 와주려면... 시간을 주어야 한다.

돈에게 시간을 줄 수 있을 만큼 나도 그 시간을 즐기...기 보다는 버틸 수 있는 능력과 지구력이 필요한 것 같다.


14평 전셋집에서의 신혼시절부터 화장실 두 개 있는 지금 집에 살기까지, 그리고 다주택자가 된 지금까지의 일을 글로 쓰면 막 성공신화같고 이런 일이 어떻게 내 인생에 일어났나 싶다.


근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우리 가족은 아등바등 산다. 유통기한 임박해서 할인하는 요구르트와 우유를 사고, 고기도 그렇게 산다. 지역상품권을 쓰고 외식이나 배달음식은 많아봤자 한 달에 한 번이다.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날 애들이나 내가 볼 만한 책을 주워오고 우유팩을 모아 말려서 두루마리휴지로 바꿔온다.

그때도 이렇게 살았고 지금도 이렇게 산다.


그때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어서 이렇게 살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살아왔기에 계속 이렇게 사는 것에 가깝다. 아직은 쓸 궁리보다는 벌 궁리를 한다. 벌 궁리에 실행력이 더해져서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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