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같은 시간이었다,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 두개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부르다가 2019년 말에 갑자기 사버렸던 집이 계약과 잔금 사이에 가격상승이 있었고
부동산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 귀에도 집값이 들썩거리며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부동산채널이 자꾸 보이는걸 보니 문외한도 막차에 탑승할 시기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지역에 집 두 곳을 매매하면서 전세입자도 모셨다. 2020년 상반기의 일이다.
무심결에 호갱노노나 네이버부동산에 우리가 산 집을 검색할 때마다 좋아서 남편에게 실거래가 캡쳐해서 ㅋㅋㅋㅋㅋㅋㅋ와 함께 보냈다. 아 돈 벌기 쉽네, 단군이래 제일 쉽다더니 진짜 쉽구나, 하면서 와 나는 부동산도 잘해 하며 자뻑에도 빠졌었다.
폭락론자인 부모님에게는 절대 밝힐 수 없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끝까지, 지금까지도 부모님께는 절대 함구하고 있다. 남동생이 아직 무주택자이며, 우리나라 정서상 아니 우리엄마 정서상 내가 다주택자가 되었다고 하면 아들 걱정이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고 괜한 근심거리를 드릴 필요가 있나 싶어서. 이렇게 된 마당에 다시 생각해보니 함구하길 저엉말 잘 한 것 같다.
다음엔 차를 사고 싶네. 내 칭구의 차.. 성공했네ㅋㅋ
1년 반~2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실거주하는 집과 소유하고 있는 다른 집들이 꽤 올랐다. 기분좋을 만큼. 일 관둬도 되겠네, 집들이 이렇게 벌어주니.. 하는 마음이 생길 뻔도 했다.
내년 중 지하철 노선이 들어갈 예정이라 오만 기대를 다 하고 있던 중에 금리가 어마무시하게 점프점프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마통 6.01%야."
그때는 6%였지만 지난 주말엔 7%를 돌파했다. 후아.
춘몽이 끝났다.
하락한다하락한다 바람은 불었지만 진짜 하락하나, 거래가 없는 게 하락인가 하며 긴가민가하는 사이에 정말 하락신호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라고 했던가. 화장실 두개를 외치며 이 집에서 평생 살거야, 하며 들어온 집인데 집이 작아지는 건 순간이고 더 넓고 좋은 집에 대한 욕구는 떡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4개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중에 남편이 급매로 나온 방4개짜리 집이 있다며 부동산과 약속을 단박에 잡아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좋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집을 보고나니 더 좋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집들이 팔려야 다음 집도 살 수 있는건데, 일단 다주택자라 제일 저렴한 물건부터 팔기 위해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지금 고사직전이에요. 파격적으로 내놔야 전화라도 와요. 2천5백정도만 차익보시고 내놓으시죠."
"요즘 대출도 힘들어서 갭투자 하는 사람이 없어요. 욕심을 버리셔야돼."
...네....? 그 집은 신고가로는 2억차익까지 생각했던 집인데, 2천5백이라고요?
흐음.. 그렇다면 우리집은.....? 구석지지만 그래도 1기신도시인데...
부동산1 "신고가보다 일단 1억깎고 시작하고요, 매수자가 마음보이면 5천정도 더 깎아주는 걸로 해보시죠."
부동산2 "2억깎아도 힘들거유. 급하면 확 깎아야 돼. 전화라도 오게 해야될 거 아녀유."
..... 충격
자기검열에 들어갔다.
사는데가 불편하십니까? 조금
돈 있습니까? 대출
이자는 어떻게? 노오력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흐음
사는데가 아주많이 불편하십니까? 아니오
더 살 수 있습니까?....네
집값이 떨어질 것 같습니까? 장기적 우상향이라고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기적으로 등락장을 겪으며 살아서 울 엄마아빠가 나한테 집 사란 말을 안했구나 싶..
그래서 당신은 어쩔 것입니까?.... 버틸거야, 버틴다고..
ㅡ
집값하락기라고 하지만 내가 사는 집이랑 이사가고 싶은 집의 매매가 차이가 좁혀지진 않았다. 저쪽집을 싸게 사려면 우리집도 싸게 던져야 하기 때문에 신고가에 팔고 신고가에 사나, 최저가에 팔고 최저가에 사나 매매가 차이는 똑같다. 금리라도 낮으면 도전을 할 각오를 할 수도 있겠으나 금리가 두 배 넘게 올라서 월세삼아 내야하는 은행이자가 어마무시해질 것이다.
친구들은 다 좋은차, 개성있는 차를 타요... 굴러만 다니믄 되는거 아잉가ㅋㅋㅋㅋ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근로소득
스치고 지나가더라도 스칠 근로소득이 필요한 거다. 스치고 지나가려고 하는 것을 한두번 잡다 보면 조금은 모여있겠지. 하락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신비한 묘책은 없다. 그냥 버티는거다. 기존에 해왔던 근로노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의 성실과 성실에 대한 보답으로 오는 월급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견물생심이라고, 여기서 평생 살기로 했지... 하면서 살 때는 별 생각없었다. 불만도 없었고 살만했다. 하지만 이사가고 싶은 동네의 집을 보고 오니 마음이 막 싱숭생숭하고 지금 집을 헐값에라도 던지고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평정심, 이성, 자기객관화.
위에도 언급했듯 나에게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부화뇌동하지 말자.
급해지는 마음이야 이미 몇 번 겪어서 이 마음의 색깔을 알고 있지만
서둘러도 별 볼일 없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늘 그렇다, 알고 있는데 실천이 어렵다.
(오늘도, 지금도 계속 주문을 외우는 중이다. Don't 부화뇌동)
나만 급하고 나만 심난한 게 아니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이다. 버텨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른다. 더 떨어질 수도 있고 반등할 수도 있고 반등인 줄 알았는데 또 떨어질 수도 있고 이전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어떤 상황이 오든 집을 갈아타는데 드는 비용과 대출이자를 감당할 만한 형편이 되었을 때 움직일 수 있도록 총알을 모으고, 부동산이 아닌 투자처에 대한 공부도, 이 기회에 해보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