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없이살기, 두 달 차

작은 노력으로 덜 작은 절약을

by 김호정

올해 중반 들어서면서 집값하락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진짜 하락인지 아직은 피부로 느껴지진 않지만 거래가 없으니(이런 걸 보합이라고 하나) 이러다가 급한 매도자들은 더 저렴하게 내놓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 집 값이 떨어지길 바라진 않지만 우리가 이사가고 싶은 동네의 집값은 떨어지길 바라고 있으니, 도전 가능한 매매가가 나왔을 때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스피드? 보다도 ""이 아니겠나 싶어 약간의 긴축을 시작하기로 (나혼자)결정했다.








'돈은 안쓰는 것이다'라는 기조로 살고 있는 남편은 인생이 긴축이니까 나만 긴축하면 되는데, 사실 나도 돈을 흥청망청 쓰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 것 부터 줄여보자는 다짐에서 실천한 첫번째가 바로 '쿠팡와우회원'을 끊는 것이었다.


지금은 회원비가 4900원? 5900원? 으로 올랐지만 2900원이던 시절부터 가입해서 쓰는 동안 너무 편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는 정말 내 자식보다 사랑스러운 것이 쿠팡 로켓배송! 색종이마저도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와주니 편의점보다 더 고맙잖아!


이젠 '위드코로나'로 예전처럼 동네 마트도 밤 11시까지 문을 여니까(팬데믹 절정일 땐 9시까지만 영업ㅠㅠ) 굳이 로켓배송이나 로켓프레시가 필요할까. 그래도 필요하긴 하지만

없이 살아보자!

내 생활을 한 번 시험해보자!


집 근처 마트에서는 유통기한 임박한 물건들은 30~50%에 판매한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고기나 우유등을 선물처럼 득템하는 재미가 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우유를 하루에 한팩(1000ml짜리) 먹기 때문에 우유는 필수템이고 고기는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 너무 편한 것.


집에 감자나 양파만 떨어져도 마치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다음 날 필요한 것도 아닌데 '어머! 감자없네!'하며 로켓프레시의 액수를 채우기 위해, 갖고 있으면 먹으니까.. 하며 꾸역꾸역 두부, 요거트, 소세지 등을 쟁여 15000원을 채우는 나를 여러번 발견해왔다.


이제는 없으면 없는대로 있는 것을 먹고, 아침이 밝아오면 마트가서 사오자 하는 마음으로 위드아웃쿠팡을 실천하는 중.




해지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ㅋㅋ 알았어, 알았다구, 그만붙잡아..



동네마트에 늘 유통기한임박 할인상품이 있는 건 아니다. 기대하고 가면 없고, 그냥 가면 있는 것이 할인상품들이다. 고기와 우유, 두부등을 담아도 만원이 안될 때가 왕왕 있었다.


만두와 돈까스, 갈비탕과 김치 말고는 냉동이든 냉장이든 쟁여두고 먹는 편이 아니라서 비어있는 냉장고를 보는 것이 낯설지가 않아 쿠팡없이 사는 것이 빨리 적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방학기간이다보니 깜빡한 준비물을 챙길 일이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아무래도 맞벌이이다보니 아이의 알림장을 확인하는 것이 밤 시간일 때가 많은데 쿠팡없이 두 달째를 사는 동안 갑자기 다음 날 앞치마가 필요하다던지, 동아리 활동을 위해 비즈십자수(?)등을 사야한다는 주문이 없었다.

평소에 이마트트레이더스나 홈플러스같은 대형매장은 일부러 피하며 산다. 밥을 먹고 가도 막 배고픈 것 같고, 아이들도 사달라고 하는 품목이 생기고, 카트끌고 다니다 보면 막 이것도 필요했었지! 싶고, 어떤 물건이 원래 알고 있던 가격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하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담고 보느라 몇 가지만 담아도 훌쩍 10만원이 되어버려 일부러 멀리하는 삶을 살았었다.

필요한 게 생기면 낱개로 사는 게 조금은 비싸더라도 편의점이나 동네마트에서 사는 게 목돈을 쓸 지도 모르는 위험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흔들릴까 걱정되는 것은 간장이나 포도씨유 등 아무리 돌아다녀도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많)다는 사실이다. 아직 이것들이 떨어지지 않아서 유혹은 덜 느끼고 있긴 한데 이것마저 떨어져버리면 어쩌나 싶다. 마켓컬리가 4만원이상 구매시 5천원 할인 등 솔깃한 쿠폰을 왕왕 쏜다. 그럴 때 필요한 것들을 사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내가 쓰는 제품들이 떨어지는 날과 쿠폰을 주는 날이 맞으면 좋을텐데 안맞으면 할 수 없지. 막 100만원씩 차이나는 게 아니니까!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그렇게 살 생각도 (아직은)없고. 하지만 '절약'이 과제라면 제일 불필요한 것 부터 줄이고, 줄이는 게 힘들다면 지금 해야할 것만, 사야할 것만 사야지 싶다. 보험처럼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하며 쟁여두는 물건과 돈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냥 뭐 된장찌게를 끓이려는데 감자가 없다면 그냥 두부를 많이 넣고 끓여도 되는 것이고 뭐, 먹는 이가 "감자가 없네?" 하면 "감자사려면 적금깨야 해"라고 말하면 되지ㅋㅋㅋㅋㅋㅋ





쿠팡없이 두 달.


아직은 살만하고 살 수 있다.


작은 노력이 덜 작은 열매를

티끌모아 조금 큰 티끌을

덜 사다보면 더 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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