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라도 회사는 다녀야 해

대출갚고 세금내야지

by 김호정

다주택자가 된다는 것은, 투기꾼이 된다는 것이라고들 하던데, 그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려받은 돈도 많고 정보를 주는 사람도 있고 월소득도 많은 사람이어야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댓츠 노노.


물려받은 돈10년전, 결혼할 때 엄마가 주신 2000만원, 끝.

정보는 유튜브와 네이버부동산, 호갱노노 등을 통해 획득했고,

월소득은.. 중소기업 팀장급이면 얼마받아요? 500안 될걸요. 맞벌이긴 합니다만 나는 알바수준이라 합치면 500이야 넘겠지만 1000에서는 먼 액수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투룸아파트를 살 때(2016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이 집값의 70%까지 가능했고, 금리는 2.7%정도였다. 그때 월 80만원 후반 대로 매달 원리금상환 했다.


2019년 말에 드디어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는 당시에 적격대출 막차에 탑승할 수 있어서 집값의 40%를 2%대 후반에 받았다. 월96만원씩 상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계약대로라면 30년간 내야한다.


2020년 초에 본격 상승장에 진입하면서 주식도 부동산도 들썩들썩하니 직장이 남초집단인 남편은 회사사람들의 자산불리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 날이 쌓이면서 보험약관대출과 청약담보대출 등의 가능여부, 금리, 용도제한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2020년 초엔 5%에 가까운 4%후반에 보험 및 청약대출이 가능했고, 신용대출도 비슷했던 것 같다. 마통(마이너스통장)도 연봉만큼 뚫어놨다(영끌 까진 아니었다).


그래, 돈은 준비되었고.


준비를 하고 보러다니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어서 매매도 진행했다. 매매와 함께 전세입자 모시는 일까지 한번에 진행하기도 했고, 매매부터 해놓고 전반적으로 고친 뒤 공실상태에서 전세입자를 모시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마음고생이나 어려움 없이 일을 진행했다.






검색할 때마다 신고가찍은 실거래가가 나오니 스물스물 노동이 뭔가 싶은 생각도 들고, 굳이 내 시간과 노동력을 갈아 깜찍한(?) 월급을 받으며 살 일인가 싶었다. 가방하나 사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도 잠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오르는 매매가 만큼 많은 게 빚인거라. 무엇보다 빚을 갚는 것이 중요했다.

거주공간이 넓어졌다는 것과 자산이 늘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획기적이고도 현격한 삶의 질의 변화였다. 일단 마음의 안정이 크다. 작은 집에 살 때보다 뇌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다보니 화도 좀 줄어든 것 같았다(오래 가진 못했다. 난 좀 감정기복이 있는 편이다-_-).


이 안정감을 누리는 데 필요한 것은 절약. 빚을 갚아야 하니까. 주담대로 매월 원천징수되는 100만원 가까운 돈과 객기로 받아버린, 다 합치면.. 단위가 좀 세지는 빚. 내가 쓸 망정 은행 배불리는데 작은 도움은 줘도 큰 도움 주는 건 싫어하는 남편은 안그래도 졸라메는 허리띠를 더 졸라메라고 했다. 허리띠라도 에르메스로 사주겠니.


자산을 늘리는 것 보다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일이다. 유지해서 더 키워야 하는 것은 말모말모.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은 그 액수 이상의 힘을 지녔다고 김승호회장의 <돈의 속성>에서 읽은 것 같다. 정말 스쳐지나가더라도 스치는 돈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


부동산은 주식이나 코인과 다르게 유동성이 없다시피 하다보니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는 건 그냥 사이버머니 같은데, 사이버머니같아도 그것을 유지하려면 진짜 돈이 스쳐가야 한다. 스쳐라도 가면 밥을 먹여주지만 이자로 굳건히 서 있는 빚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거둬간다.




집값이 올라도 팔아야 돈이지 팔기 전엔 그냥 집덩이인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좀 무거워서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2년째 하고 있는데, 그만두지 못하는 데는 저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 소명이나 소울은 담아 일하지 못한다면 돈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자.


매년 제주도와 일본으로 여행을 다녔었는데 ㅋㄹㄴ3년동안 비행기 한 번 타지 않았다. 고정지출과도 같았던 여행지출을 빚갚는데 쓰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았나 싶다.

초3과 초1은 영어 수학에 관련된 이렇다 할 사교육을 하지 않지만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과 방과후교실에서 2과목 수강하는 데에 70만원 정도가 든다. 다른 것을 더 추가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동네가 막 고학력+고소득자들이 많은 동네는 아니다. 교육에 관련된 양질의 정보를 얻어봤자 애엄마인 내 마음만 심난해지기 때문에 나와 남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돈을 쓰기로 한다. 김의수라는 분의 어떤 책에서 봤다. 교육비는 소득의 15%를 넘지 말라고.

넘지 말자. 절대 지켜 나의 미래!


사실 남편의 취미는 빚갚기 이고

남편의 특기는 빨리 빚갚기이다.


대출 최초실행을 했을 때가 2020년 2월인데, 2022년 10월 현재 주담대 말고는 다 갚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갭투자였기 때문에 보증금찬스도 있었고, 남편이 부업으로 하는 일에 약간 속도가 붙어 소득이 생기면 금리가 높았던 보험약관대출 부터 갚아나갔다.




늘 굼뜨지만 빚갚는 데엔 성격이 급한 남편은 빨리 주담대까지 갚고 싶어했지만 안돼안돼. 요즘 고금리 예적금들이 나오고 있어서 대출이자보다 많은 이자를 주는 곳에 일단 넣어놓은 것 같다(내가 확인은 못했다. 그렇게 했다고 했다).


스쳐갈 돈이라도 주시는 게 은혜라면 곱게 감사하게 회사를 다녀야한다. 막상 화장실 2개인 집에 사니까 이번엔 방이 4개인 집에 살고 싶고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집으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월급! 그리고 직장.

직장이 있어야 대출이 나오니깐요.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때까지 여보도 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에 꼭 붙어있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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