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다행히 집을 두 번 매수해서 사는 동안 집값이 오르는 상승기였는데, 집값이 오르니까 너무 좋다~ 라고만 생각했지 부동산이 재테크의 수단이라고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쫓겨나지 않을 내 집이 있다는, 내 집을 소유했다는 안정감이 더 컸다.
집값이 조정기였으면 노심초사하며 계속 전세살 걸 그랬나 전전긍긍했을 수도 있는데 오르는 구간에 있으니 오히려 무덤덤할 수 있었나보다. 그리고 매수했던 첫 집 같은 경우는 집값이 오르는 속도보다 우리가 빚 갚는 속도가 더 빨라서였는지 '내 집'과 같이 벌어 다행이다 정도의 생각이었지, 여윽시 부동산이군!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에 사는 동안의 상승은 좀 달랐다. 우리가 벌고 모으는 속도를 맞출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친구는 맥락없이 '덕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그날 밤에 그 영상을 봤고, 3부작으로 제작된 모두의부동산 님의 영상을 남편과 정좌하고 앉아 노트필기를 하며 시청했다.
남편도 그 영상들에 은혜를 받아 '주말에 임장가자'는 전문용어를 쓰기까지 했다. 분양당첨만이 부자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길도 있었던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고 할지라도....ㅋㅋㅋ
언급되었던 곳들 중 우리에게 익숙하고 가까운 곳을 몇 군데 정했다. 영상에 언급된 곳이 아니었지만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손임장하면서 괜찮겠다 싶은 곳들도 함께 추렸다.
'괜찮겠다'의 기준은
공시지가 1억미만
실투자금1억미만
실투자금은 매매가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가격과 복비, 취득세 등을 합친 금액이다. 공시지가가 1억미만일 경우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는데 설령 1억이 초과된다 하더라도 전세가와 매매가가 좀 붙어있으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수원, 안산, 시흥, 평택과 안성 등지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3주만 일찍오시지."
이 말을 처음 들은 3주 후에도, 다음 3주 후에도 부동산 사장님들은, 다른 지역임에도
"3주만 일찍오시지."
라고 하셨다.
1월엔 작년말에 다 나갔다고 하고
1월말엔 1월초에 다 쓸어갔다고 하고
2월엔 1월말에 다 없어졌다고 하면서...
지났다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지각비내고 탑승하면 된다.
덜 먹더라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두번째로 많이 들은 말이
"취득세(낼 돈은)는 있으시고?"
처음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 몰랐는데 남편이 거의 볼 수 없었던 약간 거만한 포즈와 말투로
"있죠, 천 만원정도야 뭐.."
이러길래, 뭔 천만원 소리를 저리 쉽게 하나 했더니 1주택자가 다음 주택 취득시 공시지가 1억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8.8%의 취득세가 부과되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청 아파트검색만 해댔네. 그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그 외에 애가 둘이니 두 채 사라, 원래 집은 가족 수대로 사는거다, 등등의 말들을 들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아이들키우기 좋은 동네나 아파트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추천해주시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나 학원을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나도 전세를 살아봤는데 내가 세입자로 사는 동안 집주인에게 연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집주인이 나가라고 연락한 적은 있어도). 연락할 만한 집안의 하자가 있었거나 불편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집주인이 되려고 보니 우리가 사는 집에서 너무 멀면 관리가 힘들 것 같고(사실 관리할 것도 없는데), 계약서쓰고 도장찍으러 왔다갔다 해야하는데 멀면 힘들지 않을까.
근데 오가기 편한 곳 일수록 가격대 높아지는 거 아시죠. 막상 목돈을 쓰려고 보니 걱정되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언젠간 이분들과 이웃사촌 될 수 있도록.... 허허
집을 매수할 때는 여러가지를 따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역세권인지 부터 해서 아파트의 연식, 학군, 상권, 교통, 그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표정이 좋은지, 유모차들이 많이 파킹되어 있는지 등등을. 사실 투자보다 실거주가 목적이면 이 요소들을 다 챙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 역세권도 아니고 학군도 사실 좋은 편이 아니며 연식은.. 내일모레 30년이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살기에는 괜찮다. 나는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남편은 버스로 가능해서 굳이 역세권일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이 아직은 어려서 학군보다는 돌봄요청이 가능한 친정근처를 선택했다. 내가 안정감을 갖고 살아갈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하지만 투자의 경우는 면밀하게 따질 필요가 있었다. 세를 놓을 생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을 만한 집, 공실이 발생하지 않을 집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역세권이 아니라면 버스노선이 많을 것, 연식이 오래되었다면 주변 인프라가 좋을 것 혹은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곳.. 등으로 고려를 한 끝에 우리가 보러다녔던 집들 중에 우리 형편에서 가장 괜찮은 입지에 있다고 판단한 집을 매수하기로 했다.
이사 후 1년 동안 우리가 모은 돈과 채워놓았던 마이너스통장을 다시 열어 투자금을 마련했다. 기존 집주인이 깨끗하게 거주했던 집이라 다른 손 볼 곳이 없었고, 새로 맞은 세입자분들도 딱히 요구하는 것이 없었다. 1억정도를 예상했는데 6500만원정도로 첫 갭투자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