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비록 패키지여행이긴 하지만 혼자 패키지여행에 합류하는 것도, 혼자 공항에 가는 것도 처음이다. 패키지여행도 처음이다.
코로나 이후로 한 3년만에 비행기를 탄다. 그 사이에 여권은 만료되어 있었고, 시시각각 변하는 입국규정이라 출국하기 전까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내가 알고 있던 것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이 일본의 경우 3차백신접종영문증명서, 2차접종자의 경우 PCR검사 후 영문음성증명서가 필요했다.
나는 2차까지만 접종한 상태였는데 영문음성증명서는 발급이 10만원가까이 든다기에 무료인 3차접종하는걸로 마음을 굳혔다.
동네 내과에서 3차접종을 했는데 한 이틀 후 부터 생리가 시작되었다. 나는 2020년 1월에 미레나시술을 해서 무월경의 신세계에 살고 있는데 백신접종할 때마다 하루이틀 부정출혈이 있었다. 근데 이번이 좀 심했다. 심해봤자 소형생리대로 충분하긴 했지만 접종 후 일본에가서도 하루이틀 생리대를 착용했을 정도로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
팬데믹으로 3년 꿇는 동안 여권도 만료되어 화장하고 진한색 옷을 입고 사진관으로 갔다. 전자여권이니 신여권이니 그게 뭐이가 중요해, 내 얼굴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찍고나면 30분안에 포토샵도 인화도 해주시고 비용도 8천원인 곳으로 고고씽.
만족스런 여권사진을 들고 관내 시청에서 여권신청도 했다.
문학기행으로 가는 곳은 홋카이도, 일본의 북단이기 때문에 추위에 대한 걱정이 좀 되었다. 같이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 60-70대 분들이시기 때문에 넉넉하게 핫팩을 샀다. 붙이는 핫팩, 손에 쥐는 핫팩, 큰 핫팩 작은 핫팩 종류대로 샀다. 신발밑창에 붙이는 핫팩도 있어서 그것도 샀다.
결론적으로 핫팩은 거의 안쓰고 왔다. 춥긴했지만 핫팩을 들고다닐 정도로 춥진 않았다. 필요하신 분들이 있을까 싶어 나누려고 했는데, 다들 각오하고 오셨는지 "그렇게 안추워서 괜찮아" 하셨다. 열기와 열정가득한 문학기행이었다.
문학기행에 함께 가는 분들의 단톡방이 개설되었다. 여행을 인솔해주실 가이드분님이 룸메이트를 약속한 분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아닌 경우엔 나이순으로 배정하시겠다고.
여행 전 오티때 살펴본 바로는 내가 현저하게 어린 나이였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어르신 상대하는 것이라서 부담이 치솟았다.
한 5년 전이었다. 이 인문학교실에서 고 김수영시인의 아내되시는 김현경여사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선생님들의 배려로 비슷한 또래끼리 테이블을 만들어 주셨었는데 그때 뵜던 분 중 한분이 여행멤버에 포함되어 있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 기억하고있던 차에 같은 방을 쓰자고 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그분께 일행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혹시나 싱글차지를 내시고 독방을 쓰시기로 한 건지도 모를 일이고, '저는 상관없어요'류의 좀 냉정한 반응이면 오히려 소심해질 것 같아서...
좀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카톡을 보냈다.
물어보는 것이 안물어보는 것보다 후회가 덜할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예전에 김현경여사님댁에 갈 때 같은 테이블에 있었던 OOO에요. (기억버퍼링을 위해 당시 같이 찍었던 사진도 전송) 기억하시죠? 이번에 홋카이도 가시네요? 저랑 같은 방 쓰실래요? 헤헤^^"
와우, I의 용기다. 용기를 냈다!
저녁시간이었음에도 생각보다 빨리 1이 없어졌고,
"안녕하세요, 기억하죠. 같은 방 쓰실까요? 좋아요^^"
마음 졸였던 것에 비해 빠르고 유쾌하게 룸메가 결정됐고 가이드님에게 같은 방 배정을 부탁드리는 카톡을 보냈다.
37세부터 진행된 노화로 인해 나는 4-5주에 한번씩은 뿌염을 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사진도 많이 찍게 될 것이고 패키지팀원 중에선 막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검은 머리 잃을 수 없어 출발 전 날 뿌염도 했다. 마침 미용실 실장님이 드라이도 예쁘게 해주셔서 출발하던 날에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 허허
덕분에 라운지에서 허세가득한 예쁜 사진을 찍었다.
문학기행의 테마가 <미우라아야코 탄생100주년기념>인 만큼 나는 <빙점>과 <길은 여기에>, <이 질그릇에도>를 다시 읽었다. 유튜브에서 미우라아야코를 검색하여 그의 생전의 육성도 들어보고 내가 몰랐던 그의 다른 책들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포털에 검색해보며 그에 관한 글도 읽었다. 여행 오티때 받은 일정표엔 <와타나베준이치문학관>에 가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실낙원>이라는, 야하다고 소문난 책의 저자 아니던가? 그래서 나름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얼마 전 메가히트 한 <둔감력>을 보면 그를 한낮 프레임에 가둬 둘 필요는 없었다. 소개팅가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서그의 책들도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