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쨍한 햇볕을 이렇게 오래 쪼이고 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이 동네는 원래 이렇게 볕이 잘 드는 동네인가. 햇볕을 쪼이며 남편을 바라보고 있으니 남편에게 가야 할 햇볕을 내가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 옆으로 조금 비껴섰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는 남편과 아주버님 사이에 서 있다. 둘은 나란히 누워있다. 이제 20년 넘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건 벨기에에 있는 화랑에서였다. 그도 나도 같은 화랑의 아트딜러였다. 그는 마른 체형에 늘 어두운 색 수트차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는데, 풍기는 인상과 어울리게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갖추는 예의가 따뜻하고 정성스러워서 늘 그를 통해 작품을 구하려고 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그의 따뜻한 모습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편지를 자주 써 주었고 그의 마음을 보이기에 상당히 대범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내커플을 거쳐 결혼했고 파리로 이주했다. 그리고 몽마르트에 있는 화랑에서 함께 아트딜러 일을 계속했다.
남편에게는 몇몇 형과 누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친하게 지내는 건 맏형인 빈센트 반 고흐였다. 아주버님은 화가였고, 집안의 장남이었지만 사실상 장남 노릇을 한 건 막내인 내 남편 테오였다. 내가 아주버님을 뵌 건 우리 결혼식 때, 그리고 아주버님이 파리에 오셨을 때 우리 집에서 며칠간 함께 지냈을 때가 전부였다. 아주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우리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남편만 오베르로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