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은 프랑스 남부의 정신병원으로 옮겨졌고, 테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아주버님의 입원 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남편도 조금씩 중심을 잃어갔다. 섬세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성격은 사실 예민한 것이었고 그의 꼼꼼함은 강박증이었던 같다. 화랑에서 고객과의 마찰도 생기고, 구매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책임감으로 쉼 없이 달려온 남편에게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오, 일을 좀 쉬는 게 어때?”
“내가 일을 쉬면…….”
“내가 일하면 되지.”
“그러면 형이…….”
그렇다. 테오의 걱정은 아주버님이다. 나와 아들의 생계나 앞날이 걱정이 아니라 아주버님의 뒷바라지를 못하게 될 것이 걱정인 사람이었다. 테오에게 가족은 누구일까. 늘 궁금했고 답답했지만 스치면 쓰러질 듯 위태로운 테오에게 다그쳐 물을 수는 없었다. 그저 나는 나 대로의 길을 모색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믿고 맡길 마음에 맞는 유모를 구하고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아주버님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아, 왜 아주버님은 죽음까지 평범할 수가 없는 거지. 아주버님의 죽음까지도 짐이 되었다. 아주버님의 일생이 우리에게 짐이다. 지겹다. 슬프지도 않았지만 죄송하지도 않았다. 나의 슬픔은 오직 남편의 슬픔 때문이었다. 그뿐이었다.
아주버님의 장례를 치른 뒤 남편은 급속도로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워낙 몸이 약한 편이기도 했던 테오는 큰 충격 이후로 몸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안 좋아졌다. 몸도 마음도, 나와의 관계까지도. 나와 아주버님, 고객에게 따뜻하고 정성스러웠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테오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테오는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망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테오는 형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형과 대화하는 것처럼 혼잣말을 하다가 대답을 하라며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어느 날은 말도 없이 나가서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주변에 갈 만한 곳을 다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결국 실종신고를 했다. 그때 테오는 아주버님이 계시던 오베르의 밀밭에 기절하여 누워있는 채로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