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Dec 05. 2024

5. 28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야할까

그런 힘든 날들이 계속되자 나는 테오를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고, 마지막 두 달은 1인실로 격리되어 끝내 나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채로 눈을 감았다. 아주버님이 돌아가시고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내 사랑하는 남편의 마지막이 이런 모습이라니. 한동안은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것도 괴로웠다. 내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남편도 아주버님을 따라갔다. 가버렸다. 가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만난 지 4년, 결혼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나는 28살. 28살에 애 딸린 과부가 되었다.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정리했다. 이사하고 나서도 남편이 한사코 못 들어가게 했던 그의 방도 정리했다. 그림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왔고 종이뭉치도 수두룩했다. 한때 <곷피는 아몬드 나무>로 감동을 주었던 아주버님의 그림이지만 지금은 그냥 쓰레기캔버스일 뿐이다. 남편과 내가 일했던 몽마르트의 화랑에 모두 다 팔아버렸다. 내가 일했던 화랑의 사장님들 중엔 가장 인격적이고 따뜻한 분이셨다.


 “요안나, 소식 들었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이 그림들 살펴보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

 “도와주다니, 요안나. 고갱이 얼마 전에 연락왔었어. 고흐의 그림을 좀 보고 싶어서 테오한테 편지를 했는데 답이 없다면서 여기로 왔더라고. 고흐 그림 보겠다는 이가 고갱 말고도 몇 있었어.”

 “아, 그래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너무 지쳤고 누가 와서 아주버님의 그림을 찾든 말든 나는 이 그림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나는 이제 고흐 집안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다.


 “일단 이것부터 받아. 그리고 그림이 팔리는 대로 더 보낼게. 내가 노력할테니 그림은 걱정말고”

 “네. 감사해요.”

 “걱정 내려놓고 일단 좀 쉬어. 연락할게”

 “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쉬어지지가 않는다. 쉬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흥정 하지 않았다. 주는 대로 받았다. 일단 그림이 내 주변에서 없어져 주는 게 고마운 일이었다. 아름다운 파리는 내게 아픔을 주었다. 파리는 아픔의 파리이고, 나를 앓게 하는 파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