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에도 나는 남편 테오와 같은 화랑에서 아트딜러로 계속 일했지만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오자 일을 계속 하기가 힘들어 그만두었다. 그 즈음 테오의 안목이 점점 높아졌고 사장님의 신뢰도 깊어졌으며 남편을 통해 작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만두는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았다. 문제는 아주버님이었다. 나는 딱 한 번 본 아주버님인데, 테오는 아주버님을 챙겨야 한다며 매달 꽤 많은 돈을 아주버님에게 보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어쩔 땐 한 달에도 몇 차례씩 돈을 보내기도 했던 것 같다. 이것은 공유경제다. 남편 공유경제. 친구들은 남편을 시어머니랑 공유한다는데 나는 웬 아주버님이랑 공유한다.
“아주버님 화가라며, 그럼 그림이라도 보내 달라고 해. 팔아야 돈을 벌지.”
“형은 팔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야. 예술을 위한 연구 중이야. 그리고 몇 점 받은 것도 있어.”
“그럼 보여줘 봐. 왜 받아서 나한테 보여주지도 않고 자기 방에만 숨겨둬? 가져가서 팔아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퍼주기만 할 거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외국에서 손님이 오시기로 했어.”
“아주버님 그림 보러?”
“아니 화랑에 있는 그림.”
“나 지금 아주버님 얘기하고 있잖아.”
“내가 형 챙긴다고 우리 가족 안 챙기는 게 아니잖아. 우리 지금 넉넉하게 살고 있고. 왜 그렇게 인색해?”
“우리 곧 아기 낳아. 아주버님도 애가 아니잖아.”
“같은 얘기 자꾸 하게 하지마. 형은 보통 그런 화가가 아니야. 내 안목을 요안나도 알잖아. 날 믿어. 내 형도 믿어주고.”
“돈만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캔버스에 물감에, 형이 원하는 색 구하느라 나도 당신도 사방팔방 다녔던 거 기억안나? 한 두 번도 아니고.”
“요안나.”
“얼굴은 기억도 안 나는 형이구만…. 있긴 한거야?”
“그만하지. 당신은 나랑 형을 믿고 있으면 돼. 그림에 대한 내 안목을 알잖아. 형은 분명 다른 화가들과는 달라.”
“맞아. 달라. 많이 다른 것 같아.”
아주버님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으로 끝났다. 우리 결혼식에 왔었다고는 하지만 내 기억에는 없는 그의 형. 결혼사진에도 없는 그의 형. 형을 저렇게 감싸고 돌 때면 아주버님은 있긴 한 건가. 가상의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매달 아주버님께 보내는 돈을 적금이라도 했으면 건물까지는 아니어도 집을 몇 평이라도 넓혔을 것이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