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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도 욕망이 있다.

내일이면 다시 글사세 8기가 시작된다.

7기가  너무 최선을 다한 탓일까. 번아웃이 찾아왔다. 약간의 우울감과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시작 날이 더디게 오기를..  바랬다.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 걸까. 아이도 아프기 시작한다.  그만두고 싶어 진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는 걸까...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누가 너에게 목에 칼을 들이대며 하라 한 것인가. 아니다. 내 선택이었다. 내 선택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럼 그 선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바로 나이다. 어차피 내가 부정하든 부정하지 않든 글사세는 시작이 될 것이고, 그 기간을 찌푸린 얼굴로 건성건성 보낼지, 다시 최선을 다할지는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It's up to you.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니 새록새록 글쓰기에 대한 잊힌 애정이 떠오른다. 첫 모임 때 무슨 말을 나누어야 할까. 수업 준비를 한다. 지난 기수를 들었던 분들이 다시 듣기도 하니 똑같은 말을 할 수는 없다. 왜 똑같은 말을 하면 안 되지? 정말로 글사세를 듣는 분들이 싫어할까 봐 그럴까? 아니. 나의 욕망이다. 없어 보이고 싶지 않은 욕망. 좀 더 잘 준비된 나로서 보이고 싶은 욕망.


웃음이 난다. 좀 전까지는 하기 싫다면서 방구석을 긁고 있다가 이제 또 잘하고 싶어서 이렇게 욕망캐의 모습이라니 ㅋ


그러다 보니 처음 글을 쓸 때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에 모이는 이유는 다들 각각의 다른 욕망을 가지고 모인다. 욕망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다. 대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을 억누르거나 과장하여 표출할 때다.



글쓰기에도 욕망이 있다.


처음에는 그 욕망들이 마구마구 충돌한다.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대상. 때로는 과시적으로 때로는 방어적으로 욕망들이 충돌하며 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래서 글은 힘을 빼고 써야 하는 것이라 해도 쉽지가 않다. 이렇게 욕망이 득실거리는데 어떻게 힘을 뺄 수 있단 말인가. 힘을 빼자고 마음을 먹을수록 힘이 더 들어가는 아이러니가 되고 만다.


그런데 신기하다. 4,5주 차쯤 되어가면 글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어떤 욕망들은 풀어내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 한 가지 생각만 따라가다 보니 나의 본연의 모습이 나오면서 스스로 힘을 빼고 있는 자신이 느껴진다. 단 글이 되든 안되든 꾸준히 많이 쓴 사람에 한에서이다.


글을 많이 써야 는다는 것은 모든 글쓰기 책,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 이유로 정지우 작가는 글을 많이 쓸수록 "욕망이 걸러지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글쓰기는 많이 할수록 좋다. 욕망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쓰면, 그런 욕망들을 하나씩 토해내게 된다. 그러고 나면 다음번에는 그에 관해 그렇게 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혹여다 그에 대해 또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 보다 거리를 두고, 천천히, 깊은 생각을 더하여, 다시 기억을 더듬으며, 차분하고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지식이 많고, 사유가 깊고, 많은 것을 익히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쓴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글은 계속 쓴 사람만이 잘 쓰게 된다. 누구나 이미 무한한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늘 글쓰기가 수양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쓰기"라는 테크니컬 한 단어 속에 그 수양의 의미가 감춰진 것 같아 늘 아쉬운 마음이다. 나의 욕망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욕망을 정제해가기 시작하는 것. 글 쓰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자 기쁨이다.


하.. 나는 글쓰기를 너무 사랑한다.

그러나 저러나 역시나 나는 글사세를 아마도 또 열심히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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