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간호장교형 리더

한 회사의 대표로 계신 분과 코칭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 분은 대표이시지만 동시에 코칭 공부도 하셔서 코치의 자격도 가지고 계신 분이었죠. 코칭을 배우면서 본인의 리더십, “리더로서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고 하셨습니다.


이전까지는 리더라고 하면 강인한 느낌의 멘털 관리를 잘하면서 책임감을 지고 최전선을 커버하는 잔다르크 같은 모습을 떠올렸다고 하시는데요. 또 그러면서 성과도 많이 내셨고요. 하지만 코칭을 배우면서 코칭형 리더에 대해 떠올리면서 직원들의 참여도와 소통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도 소통을 했지만, 그때의 소통은 길은 리더가 정해두고, 그 길을 가는 과정을 “납득시키는” 형태의 소통이었지, 길 자체를 결정하는 소통은 아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끌고 가는 리더”가 아니라 “함께 가는 리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함께요.


너무 이론적으로는 훌륭한 성찰입니다. 

그런데 이 성찰을 바로 실전에 적용시키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실전에서는 아무래도 구성원들의 역량과 상황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조직이라는 상황적 특성상 언제까지고 마냥 무조건 구성원의 성장을 기다려주지를 못하죠. 그리고 리더라 할지라도 회사의 오너가 아닌 이상 고용인이므로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 이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고요.


즉 이 분에게는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싶다는 내면적 동기가 강렬했지만, 또 다양한 역량의 구성원들과 함께 단기의 성과도 같이 달성시켜야 하는 어떻게 보면 상반된 목표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장기의 성장과 단기의 성과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습니다.



대표님께 한 번 지금 현재 리더의 모습과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해보면 어떠실까 물어보았습니다. 가끔은 은유가 큰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도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 모호할 때 그 모습을 이미지로 그려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지기도 하더라고요.


현재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질문에는 “전투모를 쓴 군사령관”이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분주한 전장의 모습은 아니고 군사령관이 늠름하게 서서 목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고, 그런 모습에서 의연함과 자신감이 보인다고 했고요. 그리고 그의 뒤엔 막사가 있는데 막사 안에서 병사들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 평화롭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되고 싶은 이미지를 말씀하시면서 한참을 웃으십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미지가 떠오르신다고요. “군복을 입고 있는 간호장교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간호장교가 부상병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상처를 “싸매 주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요. 공간은 이전의 모습은 군사령관 뒤에 막사가 있는 분리된 형태였다면 여기는 오픈되어 있고 안전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라고요.


저는 이 이미지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분께는 분명 그동안의 필드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조언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코칭 마인드를 탑재하신 코치입니다. 



그 두 가지가 통섭이 되어 구성원들에 “맞게” “들어주고”, 동시에 상처를 “싸매 주는” 간호장교로서의 리더형이 바로 이 분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이 분께 가장 잘 맞는 리더형인 것을 찾아가신 거죠.

“스스로” 말입니다.


이렇게 표현하시면서 느낌이 어떠신가 물었습니다. 최근 회사에 여러 변화가 생기면서 중간 리더가 대거 새로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간 리더들의 유형이 다 다른 것이 문제였죠. 배경도, 경험도, 역량도, 기질도 다 다르다 보니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여 함께 갈까 가 고민이어서 갈팡질팡이었는데, 간호장교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장에는 다양한 환자들이 들어옵니다. 다양한 환자들이 가진 부상과 상태에 따라 누구는 수술실로 보내지기도 하고, 누구는 회복실로 보내지기도 하고, 누구는 금방 퇴원하기도 하는데 그 사이에서 들어주고 싸매 주는 정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죠.



“리더로서 한 모습을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명언이시죠?^^ 대표님의 강점 중에는 “개별화” 테마가 있다고 합니다. 간호장교형 리더로서 더없이 꼭 필요한 강점도 가지고 계시네요. 각각 구성원에 맞게 개별적으로 들어주고, 싸매 주는 리더라면 이보다 더 좋은 리더십이 있을까요? 


“리더로서 00님은 프라이드를 가지셔도 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드렸던 말씀입니다. 이 분과 말씀을 나누면서 어쩌면 우리가 가야 하는 리더십의 모습이 이런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에게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죠.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도 자신의 잠재력은 물론 생각정리도 안되어 있는 상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려면 일단은 부러져 있거나, 다친 곳이 없는 일상적인 상태여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몇십 년간 필드에서 닦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코칭 마인드까지. 거기에 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이렇게 고민하시는 이 분의 직원들은 참 복을 타고난 것 같죠?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분의 “간호장교형 리더”로서 성장하시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될 생각을 하니 저도 마음이 덩달아 설렙니다.^^ 





본 내용은 코치 동료들과의 버디 코칭을 각색한 내용으로 고객의 동의를 구하여 게시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에세이] 자기 통제력과 초코칩 쿠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