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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서 Oct 30. 2022

코난을 아시나요?

우리를 사로잡은 명탐정의 매력을 찾아서

만화, 좋아하시나요?


    요즘은 웹툰으로 대세가 넘어간 시대라,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웹툰 시장이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하기 전, 만화는 컨텐츠 시장을 움직이는 아주 중요한 매체였다. 동네마다 만화 대여점이 하나쯤 있었고, 학생들은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만 되면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가 몇 권 되지 않는 만화책을 읽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만화와 웹툰의 교체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는 나는 이 두 가지 문화를 모두 향유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최근의 웹툰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화 산업에서는 일본이 전 세계의 시장을 호령했다. 아마 그 시기를 통과한 사람들 중 일본 만화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원피스, 나루토, 테니스의 왕자 케로로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랜 기간 장기연재된 작품들도 많아, 시리즈물을 따라가며 덕질을 하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나에긴 그 시기가 <명탐정 코난>으로 기억된다. 가장 오랜 기간 접했고, 가장 열심히 덕질했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좋아해본 적이 없었는데, <명탐정 코난>에 대한 나의 애착은 남달랐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덕질을 하는 사람으로써, 그 시작에는 <명탐정 코난>에 대한 사랑이 있었던 듯하다. 초등학교 때 처음 코난을 만났고, 중학생 시절에는 코난을 비롯해 수많은 일본 추리물을 섭렵하며 살아갈 정도였다.

    극장판이 개봉할 때마다 극장에서 꼭꼭 챙겨봤던 것도, 해외에 나가서 캐릭터 기념품을 구매했던 것도,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며 만화책을 여러번 돌려 읽었던 것도 모두 코난을 통해 처음했던 경험들이다. 이야기나 콘텐츠에 쉽게 싫증을 냈던 나에게, 기나긴 시리즈물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워준 것도 코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전까지는 유익함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용 콘텐츠에 익숙했던 내게, <명탐정 코난>은 최초로 경험한 '상업용 콘텐츠' 였다. 동화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강렬한 자극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만큼 콘텐츠 소비로써의 삶에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코난을 아시나요?


    [코난을 아시나요?]에는 이런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탐정 코난>을 둘러싼 나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 그리고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적극적인 콘텐츠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와 원동력을 만들어준 것은 물론, 내가 가진 취향들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명탐정 코난>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전처럼 열렬한 사랑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추억에 잠길 때면 <명탐정 코난>을 찾아보곤 한다. 도대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이 무엇일지, 철저하게 주관적인 관점으로 하나하나 파헤쳐 보려 한다. 아마 이 과정은 나에게도 코난에 사로잡힌 나의 취향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부: 코난, 그의 매력은 무엇이길래]는 내가 바라본 코난에 대한 이야기다. 추리문학으로써의 완성도나 작품성 측면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코난이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흥행 콘텐츠라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1994년 연재 시작 이후 강산이 세 번 바뀐다는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세대가 교체되기에도 충분한 이 시간을 이겨내고 코난이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포함한 코난 덕후들이 코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출발해, 콘텐츠가 가진 힘과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사건을 해결할 때면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외치는 바로 그 초등학생 탐정과 그를 만들어낸 작가 아오야마 고소, 그를 둘러싼 인물과 세계에 대한 '전지적 덕후 시점'의 관찰을 통해 성공적인 콘텐츠의 문법까지 함께 살펴보겠다. 코난을 비롯해 무언가를 덕질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콘텐츠의 매력'을 알아감과 동시에, 잘나가는 콘텐츠 흥행맛집의 비결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현명한 덕후의 자세]는 코난을 덕질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십 수년간 다각도로 덕질을 해본 입장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누군가는 '덕질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거나 '덕질이 미래를 망친다'는 걱정 혹은 비난을 보내기도 하는데, 과연 덕질이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쳤을까? 덕질이 가져다주는 행복함, 혹은 배움의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

    덕질에는 분명한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난에 대한 덕질은 콘텐츠 소비자로써의 계기를 제공함은 물론, 콘텐츠를 바라보는 나의 시야를 넓혀주기도 했다. 2부에서는 우리가 소비하는, 나아가 사랑하는 콘텐츠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것인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기서는 코난을 읽으며 얻었던 의외의 교훈과 위로들을 전할 것이다.

    무조건 좋은 이야기와 칭찬만을 담지는 않았다. '최애는 까도 내가 깐다'는 마인드와 함께, 코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차곡차곡 담았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 지금의 시각에서는 다르게 보이는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최애에 끌려다니지 않는 주체적인 덕후의 자세를 성찰해보자. 이런 나의 이야기가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고 말하는 "어.덕.행.덕"을 넘어, 세상 모든 덕후들의  "어.덕.현.덕(어차피 덕질할 거, 현명하게 덕질하자)"을 향한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자, 그럼 우리 함께 <명탐정 코난>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우리가 사랑한 명탐정의 매력에 대해. 그리고 그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내는 우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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