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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잔잔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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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Feb 02. 2023

마중

                       마중


                                                                         잔잔



밤의 끝과 함께 시작된 아침은

그 경계만큼이나 모호하다

아침을 위한 밤일까,

밤을 위한 아침일까


표류하는 멸치 떼처럼 흘러

개미 떼처럼 행군하는 사이

나는 까닭 없이 서러워졌다


쉬어갈 의자는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듯

생경한 표정을 하고 있다


습관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오르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을 보았다


내가 보낸 하루 중

고작 십분, 혹은 천 개의 발걸음

그 뜨거운 사소함


당신은

담장을 넘어 핀

장미꽃이 어여쁘다 감탄한다


당신과 꽃을 함께 담아

지나가는 달빛 아래

흔들리는 사진을 찍었다


당신의 마중으

나의 하루는

비로소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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