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이
잔잔
청춘은 쓰여지고
소녀는 작아졌다
세상이 편리해졌다는데
투박한 손 끝은 자주 흔들리고
내 닿는 한 걸음은 무겁다
허파 밑에선 마른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이제 재촉할 것도 없는 생인데
서두르지 않으면 눈치 없이 늦고야 만다
벚꽃 잎이 벌어져
하늘을 뒤덮은 오후
떨어진 꽃잎이
말간 눈물방울 같아 애처롭다던
영옥이가 생각난다
장날 굴다리 밑에서 옷을 팔던 사내에게 시집간 영옥이
첫눈 오는 날 손톱 끝에 봉숭아물이 남았다며 자랑하던 영옥이
어금니가 하나 없던 영옥이
꼭 다시 만나자던 영옥이... 영옥이
이러다 또 눈치 없이 늦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