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잔잔
밤의 끝과 함께 시작된 아침은
그 경계만큼이나 모호하다
아침을 위한 밤일까,
밤을 위한 아침일까
표류하는 멸치 떼처럼 흘러
개미 떼처럼 행군하는 사이
나는 까닭 없이 서러워졌다
쉬어갈 의자는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듯
생경한 표정을 하고 있다
습관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오르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을 보았다
내가 보낸 하루 중
고작 십분, 혹은 천 개의 발걸음
그 뜨거운 사소함
당신은
담장을 넘어 핀
장미꽃이 어여쁘다 감탄한다
당신과 꽃을 함께 담아
지나가는 달빛 아래
흔들리는 사진을 찍었다
당신의 마중으로
나의 하루는
비로소 내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