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대로 올린다?"
베타 버전 업로드 버튼 앞에서 서준의 손가락이 떨렸다. 밤샘 작업으로 충혈된 눈이 모니터를 응시했다.
"불안해요?"
유진이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솔직히... 네. 너무 불안해요."
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AI 성능이 95%밖에 안 나오고, 문제 은행도 절반밖에 못 넣었고... UI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은데..."
"그래서 더 좋아요."
"네?"
"대표님도 이제 불완전함을 인정하시네요. 예전의 대표님이었다면 '이 정도면 됐다'고 하셨을 텐데."
하진이 다가와 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이제 버튼만 누르면 돼."
서준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Enter 키를 누르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박민우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완벽한 제품은 시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nter 키가 눌리는 순간, 사무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곧...
"첫 번째 가입자 발생!"
"피드백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벌써 백 건이 넘었어."
출시 12시간 만에 피드백란이 폭발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서준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UI가 너무 심플해서 좋아요! 꼭 필요한 기능만 있어서 오히려 집중이 잘 돼요.]
[문제은행 퀄리티는 최고! 근데 난이도 설정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요.]
[학습 통계 기능이 기대돼요. 다음 업데이트에는 꼭!]
"봐, 다들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잖아."
하진이 환하게 웃었다.
그때 박민우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결과가 어떻습니까, 강대표님?"
"아직 불완전하지만..."
"'아직'이라고요?"
박민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소프트웨어는 영원히 불완전합니다. 완성이란 건 없어요. 다만 사용자들과 함께 성장해갈 뿐이죠."
유진이 태블릿을 들고 달려왔다.
"대표님! EdTech Daily 기사 보셨어요?"
['Perfect'의 불완전한 도전,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업계 관계자들은 'Perfect'의 이번 행보를 새로운 시도로 평가했다.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애자일 방식의 개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서준아, 잠깐 올래?"
하진이 회의실로 향했다. 무언가 심각한 표정이었다.
"방금 L사에서 연락이 왔어."
"L사라면, 그 대형 교육업체?"
"응. 우리 플랫폼 써보고 싶다고... 파트너십 미팅 하자고 하네."
서준의 눈이 커졌다.
"근데 좀 급하대. 다음 주까지 기능 업데이트가 가능하냐고..."
"다음 주라고?"
박민우가 문득 끼어들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네? 하지만 시간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때죠."
박민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세 번의 실패 끝에 깨달은 게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자에게 온다는 거죠."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유진씨!"
회의실 밖으로 나온 서준이 개발팀을 향해 외쳤다.
"지금 올라온 피드백 중에서 우선순위 높은 거 정리해줘. 난이도 설정이랑 통계 기능, 48시간 안에 붙여보자."
"네? 48시간이요?"
유진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완벽하게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써볼 만하게는 할 수 있잖아?"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셨네요."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달라진 게 아니라... 원래의 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서준의 말에 팀원들이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박민우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가 찾던 진정한 성장의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자, 그럼 48시간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볼까요?"
서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 그에게 불완전함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사무실 창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48시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