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가 또 터졌어요!"
시범학교 오픈 이틀 차. 유진의 다급한 외침이 사무실을 울렸다.
"이번엔 뭐야?"
하진이 유진의 모니터로 달려갔다.
"동시접속자가 예상의 3배... 아니, 4배네요. 수업 시간이 겹치니까 전교생이 한꺼번에..."
서준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예전의 그였다면 이미 패닉상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괜찮아요. 이것도 하나의 피드백이니까."
"네?"
유진이 놀란 듯 서준을 바라봤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를 사용자들이 알려준 거예요. 이런 게 진짜 테스트죠."
회의실에 개발팀이 모였다. 서준이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우리가 놓친 게 뭘까요?"
"동시접속 테스트가 부족했어요."
"베타테스터들은 각자 다른 시간에 접속했으니까..."
"실제 학교 환경을 제대로 시뮬레이션 못했죠."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들을 적어나갔다.
그때 박민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위기는 어떻게 되가나요?"
"아직 진행형입니다."
서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재밌는 건..."
서준이 노트북을 돌렸다. 베타테스터 커뮤니티 화면이었다.
[저희가 테스트 도와드릴게요!]
[서버 늘리실 때까지 시간별로 나눠서 테스트하면 될 것 같아요.]
[모바일로 접속하니까 멀쩡하네요. 다른 분들께도 공유할게요!]
"이런 게 진짜 자산이구나..."
박민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불완전할수록 더 완벽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유진씨, 베타테스터 분들이 제안하신 우회 방법 공지해주세요."
"하진 누나, L사 담당자님께 현재 상황 설명 부탁드려요."
"개발팀, 서버 증설 작업 시작하죠."
서준의 지시가 차분하게 이어졌다.
"대표님..."
유진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네?"
"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혼자 끌어안고 스트레스 받으셨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때는 제가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했죠. 지금은 알아요.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박민우가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방금 L사 교육연구소장님이 연락왔어요."
서준의 얼굴이 굳었다.
"우리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싶대요. 오늘 같은 상황이 오히려 좋은 테스트였다고."
"네?"
"실제 상황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하셨나 봐요. 특히 커뮤니티와의 소통방식이요."
오후 3시. 서버 증설이 완료되고 시스템이 안정을 찾았다.
"역시 불완전할수록 완벽해지는 법을 배우는구나."
박민우가 창가에 서서 말했다.
"완벽한 시스템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능력이죠."
서준이 말을 이었다.
"맞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팀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유진이 끼어들었다.
회의실에서 개발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다음 업데이트를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었다.
"자, 그럼 우리의 불완전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박민우가 물었다.
"네, 이제는 자신 있어요."
서준이 답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에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팀이 있으니까요."
창 밖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췄다. 그 빛 속에서 서준은 문득 깨달았다. 진정한 완벽이란, 혼자만의 고집이 아닌 모두와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다음 도전은 뭘까요?"
유진이 물었다.
"글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수많은 불완전함이 기다리고 있겠죠?"
서준이 웃으며 답했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완벽에 대한 강박이 아닌, 성장을 향한 기대가 빛나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